세계 초일류 제품들 한국선 맥 못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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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PDA'는 전세계 개인휴대단말기(PDA)시장(1천4백만대)에서 67%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초일류 제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영 딴판이다.

점유율이 고작 11%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 1위인 국산 PDA 셀빅의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팜PDA 수입업체인 코오롱정보통신의 이춘복 팀장은 "팜PDA에 쓰인 '팜운영체제(OS)'가 윈도OS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해 시장진입에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시장을 휩쓸면서도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맥을 못추는 초일류 제품이 적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의 독특한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제때 내놓지 못하는데다, 애프터서비스 등도 국내 업체에 뒤진 때문이다.

◇ 소비자 기호 못따라=세계 휴대폰 1위 업체 노키아는 지난 7월 KTF(016)와 SK신세기통신(017)에 단말기를 공급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판매량은 모두 4만여대, 시장점유율은 4%대에 불과하다.

값이 비싼데다 기능도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안맞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액정 화면이 두 개 달린 듀얼폴더형을 선호하지만 노키아 핸드폰은 싱글폴더형이다.

양문형 냉장고 세계 최강인 월풀과 GE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LG 등 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한국 음식이 냄새가 많이 나는 점을 감안해 국산 냉장고는 냄새제거 기능을 강화했지만, 미국 제품은 음식 냄새를 없애지 못해 주부들로부터 외면당했다.

◇ 애프터서비스도 소홀=올 6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외국산 PC는 20만대 안팎. 세계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컴팩과 HP제품의 점유율은 불과 2.5~5% 수준이다.

이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다. 국산 업체에 비해 애프터서비스망이 부족, 국내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인텔코리아도 지난 7월 MP3플레이어를 출시했지만 유통대리점이 10여개에 불과, 판매량은 미미하다.

노키아의 직영 애프터서비스점도 3개에 불과하고 대행하는 곳을 합해도 33개에 그친다. 국내 업체들의 애프터서비스점은 최소 1백개를 넘는다.

삼보컴퓨터의 신필호 부장은 "외국기업은 애프터서비스 투자를 안해 고객관리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텔의 오미례 이사는 "세계 최고 제품이 국내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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