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인터뷰] R&B 여가수 앨리시아 키스

중앙일보

입력

2001년 팝계 최대 신인으로 꼽히는 스무살의 리듬앤드블루스(R&B) 여가수 앨리시아 키스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3백만장 넘게 판매된 데뷔 앨범 '송스 인 에이 마이너(A단조의 노래들) '가 한국에서도 발매 한달만에 별다른 홍보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1만장 이상 팔려나가며 음악 매니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8월 18일자부터 3주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첫 싱글 '폴링'은 제니퍼 로페즈의 '아임 리얼'에 잠시 밀렸다가 9월 29일자에 다시 정상에 올라 연속 3주 1위를 차지했다. 여섯주 1위는 올들어 최다 주간 1위다.

지난달 열린 MTV 뮤직비디오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그녀는 내년초 아메리칸 뮤직상과 그래미상에서도 신인상은 물론 여러 부문 수상이 유력하다.

그녀가 전곡을 작사.작곡.프로듀싱하고 피아노 연주까지 한 '송스…'는 R&B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준 높은 앨범이다.

'폴링'외에도 '버터플라이즈''와이 두 아이 필 소 새드' 등 미국팬은 물론 한국팬들의 감성에도 짙은 호소력을 발휘하는 매력적인 곡을 선사한 그녀가 지난주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간추린 일문일답.

-어떻게 불과 스무살 나이에 이런 깊이있는 앨범을 낼 수 있었는지.
"칭찬에 감사드린다. 노력한 결과가 이런 칭찬으로 되돌아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실감나지 않는 영광이 부담이 돼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에 내 음악을 듣고 '마흔살 먹은 거구의 여인일 거라고 상상했다'고들 했다. 하하. 그것도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R&B는 타고난 감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 R&B의 90%는 느낌(feeling) 이라고 생각한다. 대답은 '오직 연습이 전부'라는 것이다. 배우면 배울수록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13년째 고전음악을 공부하고 있으며, 재즈 음악도 공부했다. 요즘 더 열심히 연습에 몰입하고 있다."

-어려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일찍 음악을 시작하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 같은데.
"아홉살때 그룹 활동을 시작했다. 스튜디오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법을 배웠다. 장점과 단점은 뭐라고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네살 때부터 음악에 빠져들었고, 음악이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건 말할 수 있다."

-데뷔 초기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해 훌륭한 피아노 연주와 노래 솜씨를 선보이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라이브를 할 땐 어떤 기분인가.
"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쇼를 보는지 몰랐다. 그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니. 지금까지 경험중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연주와 노래를 같이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오랫동안 해왔고 또 지금도 연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난 라이브를 좋아한다. 편하다. 무대와 스튜디오에 있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데뷔 앨범의 모든 곡에서 고른 기량을 보여줬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다음 앨범에 대한 불안함은 없나. 많은 천재형 가수들이 재능을 너무 일찍 소모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제 시작 아닌가. 내게는 앞으로 살고 배우고 성장할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난 오랫동안 음악을 할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다. 두번째 앨범 작업은 이미 끝났다."

-존경하는 뮤지션은? 영향 받은 음악은?
"좋아하는 뮤지션이 많다. 마일즈 데이비스.커티스 메이필드.니나 시몬 등등. 또 마빈 게이를 항상 좋아했다. 진실한 소울 음악의 가사가 많은 영향을 줬다. 내가 곡을 쓸 때 가장 많은 영감을 준다."

-벌써 한국의 상당수 젊은 가수들이 인터뷰에서 '앨리시아 키스의 팬'이라고 말하는 등 한국에 많은 팬이 생겼다. 방한 계획은?
"세상에!정말인가? 고맙다고 전해달라. 한국의 팬 여러분과 중앙일보를 통해 이렇게 만나게 돼 진짜 반갑다. 한국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빨리 가봤으면 좋겠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 그때 많은 분들과 만나기를 고대한다."

-최근 테러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당시 뉴욕에 있었는가?
"감사하게도 내 주위 분들은 무사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처럼 나 또한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 나 역시 그때 뉴욕에 있었는데, 내 눈 앞에서 도시가 그렇게 무너져 내리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도 그걸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언젠가는 화합하기를, 시련 끝에 빛이 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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