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업체들 '중국서 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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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D램 반도체 업계가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등 일부 메이저 회사와 대만 업체의 독무대였던 중국 D램 시장은 전세계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독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매력 때문에 메모리 분야의 제품.설비.재료.장비 업체들이 설비투자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장쑤성 쑤저우(蘇州)의 하나 뿐인 반도체 조립 라인을 한개 더 늘리기 위해 2백56메가 D램까지 생산 가능한 두번째 시험 라인을 건설,내년 양산에 들어간다. 또 서울 본사 판매조직에 중국팀을 신설한데 이어 다음달 15일 상하이 보세구역에 판매법인(자본금 1백만달러)을 세워 마케팅부문을 보강하기로 했다.종전에는 홍콩을 통한 우회 수출을 해 왔다.

중국 업체들과 한국내 일부 반도체 라인의 매각협상을 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도 최근 상하이 사무소를 법인으로 격상해 중국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국내 반도체 협력업체들은 중국의 반도체 설비 수요를 겨냥해 독자적인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클린 룸 설비업체인 신성이엔지는 상하이에 연락사무소를 세우고 내년에 직원들을 상주시킬 예정이다. 세정장비 등을 전문으로 만드는 케이씨텍은 올해 중국 마케팅을 강화해 전체 수출실적의 45%를 중국에서 올렸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풍산테크 등 국내 30개 반도체 장비.재료 업체들로 구성된 중국 시찰단을 오는 30일부터 상하이.베이징에 보내 현지 업체와 상담회를 갖는다.

해외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중국 시장 2위이면서도 미국 본사에서 제품을 직접 공급했던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최근 샤먼에 반도체 판매 사무소를 열어 현지 영업을 강화했다.

일본 도시바는 장쑤성 우시(無錫), NEC와 미쓰비시는 베이징에 서우강.화홍 등 중국내 반도체 합작업체와 생산라인을 건설하거나 윈본드 등 중국과 연관이 깊은 대만 업체들에게 6개월 뒤진 D램 기술을 이전해 주는 식으로 중국 현지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또 중국.대만 합작업체인 SMIC는 지난달 상하이에서 첨단 수준인 8인치 웨이퍼(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원판)를 시험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상하이.베이징에 총 50개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계획을 세우는 등 반도체를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비메모리를 동틀어 1999년 1백60억달러, 지난해 2백10달러, 올해 2백40억달러(추정)로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9% 가량을 점하지만 2년안에 15%로 올라설 전망이다.

홍승일.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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