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잎새

중앙일보

입력

민규, 빛을 만들어가는 남자...

사정없이 전단지를 뜯어버리는 남자, 김민규. 그는 전봇대 꼭대기에서 고장난 전기를 고치는 일을 하는 배전전기원이다. 그는 교도소 출소 후 관찰관의 보호아래 가로등을 다는 일을 하며 빛을 만들어 가는 남자이다.

전봇대에 매달려 비누로 남산타워를 조각하기가 유일한 낙인 민규는 언제부턴가 전봇대에 붙기 시작한 사람을 찾는 전단지를 뜯어내는 것이 또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다혜, 빛을 잃어가는 여자...

어릴적 헤어진 동생을 찾는 전단지를 뜯긴 그 곳에 고집스럽게 다시 붙이는 정다혜는 퇴행성 시력으로 눈 앞의 사물이 차츰 어두워져 간다. 동생을 찾는 일 외엔 그때 그때 돈을 벌어, 쓰고 싶은 만큼 쓰면 그만이라는 제멋대로의 그녀. 별다른 삶의 재미와 뚜렷한 목표가 있을리 없다.

그래도 사랑은 찾아온다

산동네의 낡고 허름한 건물들. 다혜와 민규는 이 곳에서 살고 있다. 한 숨마저 말라버렸을 완벽하지 않는 그들이지만 그래도 전단지를 통한 대화가 시작되고 그들의 사랑은 찾아온다.

빛을 만드는 남자와 빛을 잃어가는 여자의 사랑... 완벽하지 않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과정을 통해 완벽한 사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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