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女 日음란물 받은 20대男, 경찰이 전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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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학생 A씨(21)는 지난 10월 경찰로부터 출석 통보 전화를 받았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동청소년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교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일본 음란물을 별생각 없이 다운받은 게 화근이었다. 그는 일본 웹사이트를 뒤져 등장 여배우가 성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프로필을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불안하다. 아동청소년법에 따르면 아동 음란물의 범위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됐다. 법대로 하면 A씨가 다운받은 음란 동영상 역시 아동음란물로 볼 수 있다.

 대검찰청은 A씨처럼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로 처음 적발된 사람에 한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라는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하달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처분을 받을 경우 인근 보호관찰소에서 하루 동안 ‘음란물 사범 교육’ 프로그램을 받으면 기소가 유예된다. 교육은 내년 1월 시작된다. 기소 남발과 범행 재발을 막기 위해 성매수 초범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존스쿨(John School·성구매자 재범 방지 교육)과 비슷한 취지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검찰이 지난 10월 아동 성범죄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무관용 원칙’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당시 검찰은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은 경우 모두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음란물을 다운받은 뒤 바로 지우거나 처음 적발되더라도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죄로 기소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2개월 동안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유포자 수천 명이 적발됐다.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 5~10월간 경찰에 적발된 아동 음란물 사범(1758명)보다 훨씬 많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두 달 사이 경찰에서 수천 명이 검찰로 송치됐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일선 검찰청 형사부 검사들이 이 사건들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교복 등을 입고 나와 아동·청소년처럼 보이는 음란물을 소지한 경우도 처벌 범위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파일 공유 음란물, 저작권 단속 관련 네티즌 대책 토론’이라는 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네티즌들이 소송 비용 1200여만원을 모금해 헌법소원을 냈다.

 국회는 지난달 22일 본회의를 열어 아동음란물의 범위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축소하고, 처벌 대상도 “이를 ‘알면서도’ 소지한 자”로 수정한 아동청소년법을 통과시켰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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