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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집 불 나간 전등·소년가장집 고장난 보일러, 울산 남구선 OK팀 불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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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울산 남구청의 OK생활민원팀이 21일 이종구(84·남구 장생포동 )씨의 집을 찾아 연탄 보일러를 고치고 있다. [사진 울산남구]

21일 울산시 남구 2층 OK생활민원팀(이하 OK팀)에 전화벨이 울렸다.

 “변기에 물이 안 내려갑니다. 와서 좀 고쳐주세요.” 울산시 남구 야음동에서 홀로 사는 김점례(75·가명) 할머니의 전화였다. 배관·설비 전문가로 구성된 OK팀 2반 요원 두 명이 10분 만에 김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배관이 얼어 변기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요원들은 언 배관을 뜯어내 녹이고 녹슨 부분을 깨끗이 닦아 10여 분 만에 새것처럼 고쳤다.

 ‘민원 해결사’로 불리는 OK팀의 활약상이다. 이 팀은 변기 고치기, 문고리 수리, 전등 갈아주기, 막힌 하수관 뚫기 같은 사소한 생활 민원을 전문적으로 해결해준다. 간단한 집수리도 한다.

 OK팀은 현장 출동 7개 반(15명)과 1개의 지원반(7명)으로 지난해 1월 구성됐다. 배관·설비·토목·전기 분야와 상담 접수 등 분야별 전문가(계약직 공무원 등)로 꾸려진 게 특징이다.

 빠른 출동과 신속한 해결을 위해 발전기와 에어 압축기 등이 설치된 1.2t 특수차량 2대, 배관·전구 등 각종 물품을 갖춘 차량 5대를 확보하고 있다. 접수 전용 전화(수신자 부담 080-226-0120)도 갖추고 있다.

 수리비 등 모든 출동비는 무료다. 저소득 가구에겐 재료비도 안 받는다. 한 해 8억여원이 운영비로 책정돼 있다.

 OK팀은 창설 이래 지금까지 2년간 수도배관 5610건, 전기·가스 3605건, 집수리 2604건, 가전 및 보일러 1758건 등 모두 1만6231건(12월 18일 현재 )의 민원을 해결했다. 하루 평균 20건 이상 해결한 것이다.

 김현철(37) OK팀 행정요원은 “접수부터 현장 출동, 민원 해결까지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서비스를 받은 주민이 먹을거리를 나눠주는 등 무척 고마워해 일하면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남구가 지난 18일 OK팀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8955명 가운데 91%인 8180명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OK팀은 김두겸(55) 남구청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김 구청장은 “형편이 어려워 고장 난 전등을 못 갈아 끼우거나 보일러가 고장 나 추위에 떠는 주민이 많은 걸 알고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남구는 내년에는 공원 가로등이나 부서진 공원 의자, 놀이터의 녹슬고 낡은 놀이기구 등을 전문적으로 고치는 공공부문 전담반도 운영할 계획이다.

 OK팀의 활약상이 소문나면서 전국 자치단체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와 수원시, 서울 관악구·동대문구·종로구, 대전 유성 등 전국 40여 곳이 운영 방법 등을 배우고 갔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연말부터 OK팀과 유사한 부서를 만들어 운영에 들어갔고 부산진구도 내년부터 OK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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