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급등 '반짝장세' 그치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들이 대부분크게 오르면서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이날 새벽 끝난 미국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6.7% 상승한 영향이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급반등은 전일 급락에 대한 반발매수세 유입의 기술적 요인과 더불어 이번 테러사건으로 통신장비용 반도체 업종의 수요회복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의해 촉발됐다.

이에 힘입어 서울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6% 이상 상승하고 아남반도체도 상한가가까이 치솟았다. 또 하이닉스반도체도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 소자주와 함께 반도체 장비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타며 시장의 상승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동양반도체.아큐텍반도체.유니셈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주성엔지니어링.미래산업.케이씨텍.신성이엔지.반도체ENG.코삼.다산씨앤아이 등도 급등하는 등 반도체 장비주들이 뉴욕 증시 '훈풍'에 투자열기가 살아났다.

그러나 이날의 반도체 관련주 급등은 펀드멘털즈와는 무관하게 낙폭과대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오히려 가까운 시일내 우울한 3분기 실적발표와 윈도 XP특수 무산 확인 등의 험난한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반짝장세'로 그칠 공산이 크다.

국내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D램가격 회복 반전과 반도체 경기 바닥권 도달 시기를 대체로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하고 있어 앞으로 몇개월동안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영업적자 확대 지속을 남기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투신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KTF가 발주한 지방권 cdma 1x물량까지 싹쓸이 수주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것과 뉴욕 증시의 반도체주 상승 덕분에 이날 주가가 올랐으나 반도체 적자확대 요인이 남아있어 단기적으로 '중립'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의 경우 D램시장 불황을 정보통신.가전 등의 호조로 일부 보전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체"라며 "삼성전자가 내년 반도체 투자 축소 방침을 밝히고 있는 점은 내부적으로 내년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판단, 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김승익 투자정보팀장은 "반도체 관련주의 급등은 펀드멘털즈와는 무관하며 낙폭과대 차원의 반등에 불과하다"며 "지수상으로도 박스권 고점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현금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