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특화산업] 울산 '외고산 옹기 집산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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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고산리 외고산 옹기마을은 국내서 한 곳뿐인 옹기 집산촌이다.

부산∼울산간 14번 국도 옆에 자리잡은 이 곳은 영남요업 ·성창요업 등 9개 업체가 우리나라 전체 옹기 수요량의 절반 이상을 구어낸다.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가마와 갖가지 모양의 옹기를 쌓아둔 옹기 판매장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이 곳에는 맨발로 흙을 밟아 낫으로 깎고 펴는 꽃뫼질을 한 뒤 사리를 만들어 옹기를 빚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장인(匠人)들이 모여있다.가마는 나무를 때는 전통가마 12기와 가스를 연료로 쓰는 가스가마 6기 등 모두 18기.

가스 가마로 구워낸 그릇은 윤이 나고 때깔이 좋아 보이는 반면 전통 가마에서 구워낸 옹기는 질기고 공기가 잘 통해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대부분 50대를 훌쩍 넘어선 도공 20여명이 한달 평균 5천여 자루(옹기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물 한말들이 규모)의 옹기를 빚어 낸다.김치독은 대여섯말 짜리,높이 1m 정도의 큰 술독은 열댓말을 담을 수 있다.지난해 모두 24억원 어치를 생산한데 이어 올해는 30억원 어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곳에 옹기 도공들이 터를 잡은 것은 1950년대 말.6.25전쟁 때 강원도 영덕 일대 옹기꾼들이 흙 좋기로 소문난 이곳을 찾아 가마를 지었다.인근에 찰진 점토가 많고 옹기 소비시장이 두텁기 때문이다.

부산 ·대구 ·울산 ·경남 등 남해안 일대 주민들이 즐겨 먹는 젓갈류를 삭이는데 숨쉬는 옹기를 사용해야 제맛을 낼 수 있다.따라서 남해안 일대 주민들이 단골고객들이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외고산 마을 1백여가구 주민들은 대부분 옹기 가마에서 일했다.요즘엔 플라스틱 용기 ·도자기에 밀려 일감이 줄었지만 지금도 70여 가구의 생활터전이다.

점토를 두세달 말린 뒤 흙을 부수고 반죽해 모양을 만든 뒤 천연 유약을 바르고 다시 건조시켜 섭씨 1천2백50도까지 가열해 구워낸다.그러나 김장독이 김치냉장고에 밀려나면서 옹기마을은 콩나물 시루 ·약탕기 ·뚝배기 등 생활용기 등을 많이 굽는다.

한 업소에서 한달 평균 크고 작은 옹기 5백∼1천자루씩을 생산한다.1백자루 정도 싣는 2.5t 트럭으로 5∼10대 분량이다.작은 옹기는 1천원대에 살 수 있지만 큰 독은 20만∼30만원에 이른다.

‘숨쉬는 그릇’으로 불리는 옹기는 최근 건강식 등 전통 식생활 붐이 일면서 차츰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외고산 옹기는 올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울산의 지역특화품목으로 선정돼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1월 마을입구 4백40여평에 2층 규모의 옹기전시장(연면적 2백30평)을 지어 이 곳에서 구어낸 옹기와 옛 선조들이 사용하던 대형 옹기 등 1백60여종을 진열해 관광명소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실습장에서 재료비정도만 내면 옹기를 직접 만들어 가질 수도 있다.

외고산 옹기마을은 옹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오는 20∼21일 ‘외고산 옹기 축제’를 연다.전통가마를 짓고 흙 가공부터 옹기를 구워내는 전과정을 재현하며,옹기를 직접 만들어 보고 경매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울산=허상천 기자 jheraid@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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