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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있는 「만전」 청구권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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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경위에서 여·야 단일 안으로 마련한 대일 청구권 자금 운용 및 관리법안은 9일의 법사위통과, 11일의 본 회의에서 의결되면 정부의 공포로 실시 단계에 들어간다. 정부원안, 민중당대안을 재경위 청구권 법안소위에서 조정, 단일화한 이 법안은 전문 29조 부칙으로 구성, 『청구 자금은 국민경제의 자주적이고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운용, 관리한다』는 목적 밑에 ▲자금사용제한 ▲청구권관리위설치 ▲연도별 실시계획의 확정 ▲정치 자금화 방지 및 ▲벌칙을 규제한 것이 뼈대이다.
그 주요내용은 ①무상 3억「달러」는 농·수산의 진흥을 위한 원자재 및 용역의 도입 기타 이에 준 하는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사업에, 재정차관 2억「달러」는 중소기업·광업·기간산업 및 사회간접자본확충사업에 사용하고, 대충 원화는 이들 사업의 지원 또는 청구권관리위가 정하는바에 따라 사용(제4조)하고 ②무상자금에서 보상될 민간청구권은 별도 입법조치(제5조)한다. ③청구권자금관리 특별회계를 설치(제6조)하고 ④청구권관리위는 총리를 위원장으로, 부위원장에 부총리 및 경제기획원장관, 관계 장관의 당 연직위원과 경제계·학계·언론계·법조계 등 각 부문에서 14명 이내를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제8조) ⑤청구권관리위는 자금의 사용대상사업 및 계획, 구매 및 도입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의결하되 도별시설, 낙후시설, 일본지역구매가 현저히 불리한 생산물과 경제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산업시설의 도입을 의결할 수 없다.(제9조) ⑥경제기획원장관 소속 하에 청구권 및 경제협력사절단을 설치(제11조)하고 ⑦무상 및 차관자금의 연도별 사용계획안은 부문별, 사업별, 금액별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한다.(제l2조) ⑧자금의 도입은 공개모집(제13조)하여야하며 ⑨도입한 자는 도입한 날로부터 1개월간에 도입보고서와 증빙서류를 경제기획원장관 및 주무장관에 제출(제15조) ⑩수용자가 허가된 목적을 달성 못하거나 달성할 가능성이 없을 때는 일정한 기일 내에 기업체의 실각을 통고, 청구권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기획원장관은 실각을 명할 수 있다.(제19조) ⑪이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자는 5년 이상, 무기징역에 처하고(제24조) ⑫이 법에 의한 직무를 관장하는 공무원(청구권관리위 민간인위원포함)이 직무에 관하여 금전의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액이 50만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제25조) ⑬이 자금을 해외도피를 목적으로 외환관리법을 위반하여 도피액이 5만불 상당인 때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과 5억 이하의 벌금을 병과 할 수 있고(제26조) ⑭행위자 이외에 그 법인 또는 자연인에 대하여도 벌금형을 과한다(제27조)는 등이다.
이를 다시 요약하면 이 자금을 국민전체의 이익과 경제발전에 사용하기 위해서 공평하고도 효율성 높게 배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민 합동의 청구권관리위의 의결을 거쳐 업자·업종을 공개 모집하여 선정하고 이를 다시 국회의 동의를 얻게 되어있어 절차상으로 부정과 특정인에 대한 이익편중이 있을 수 없다.
최고 사형에서 범법자 및 이에 관련된 법인 또는 자연인에 이르기까지 양벌규정을 설정하여 이 자금의 목적외 유용 또는 해외도피가 있을 수 없게 막아두었다.
그러나 모든 법이 그렇듯이 법 그 자체보다도 문제는 운용에 있는 것이다.
이 법의 운용에 있어서 ▲정치자금화의 방지 ▲일본의 과잉시설, 낙후시설,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산업시설의 도입억제와 ▲별도입법조치를 언급했지만 청구권의 본질적인 사용에서 유무형의 대일 민간채권보상을 소홀히 취급했다는 감이 적지 않다.
정치자금의 경우, 현재와 같이 정치자금조달이 양성화되어 있지 않는 단계에서 청구권을 둘러싼 정치자금의 개재여부를 어떻게 판정하며 또 그 기준도 극히 애매하다.
청구권 자금의 배정을 미끼로 현금수수가 없다해도 청구자금의 할당이 국회의원 출신 지역이나 출마 예정지에 간접자본확충과 농수산 시설의 집중적 투입도 정치자금화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67년의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응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말해서 현재의 정치자금 「루트」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판국에 청구권 사용에서 정치 자금화 방지를 가기 한다는 것은 법조문을 위한 겉치레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눈 가리고 아옹격」에 불과하다.
다음 청구권 자금에 의한 대상 사업 선정에 있어서 일본의 사양산업이나 과잉시설을 피하고 경제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리한 대일 구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능성과 효과를 발생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것은 청구권 및 경제협력사절단의 과학적인 「체크·프라이스」와 수급조사, 정확한 업종의 선택기능을 논외로 치더라도 이미 한·일 기본협정에 강력한 BJ(일본상품구매)정책과 과잉 산품 또는 일본 외환계정에의 추가부담이나 수급에 영향이 있지 않는 물자로 명백한 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이다.(청구권협정 제1의정서2조)
따라서 일본의 낙후시설·과잉시설을 운위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며 이보다는 일본의 과잉·낙후시설 중에서 우리경제발전에 고도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시설 선택에 역점을 둔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또한 경제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는 산업을 골라내는 데에도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는 그 운용상에 적지 않은 허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이 한·일 협정조인 때 벌였던 극한투쟁을 상기하면 이번 청구권법안심의에는 극히 친여적이고 부드러운 태도로 변색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고 당초 청구권관리위의 직접참여도 원내서의 동의로 후퇴했다는 것은 국회가 『행정집행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명분만으로 변명될 수 있을까?
이것이 여·야의 정치적 협상으로 타협되었다면 「정치자금 방지화 협상」으로만 돌리기엔 여·야의 정치생리로 보아 극히 돌연변이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야당이 청구권관리위에서의 1차적인 「브레이크」를 포기함으로써 청구권 자금 사용에 정부·여당이 독주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독주를 국회 사전 동의권 행사로 야당이 「정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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