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인터뷰] '실크로드 프로젝트' 요요마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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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인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46) .

서양음악과 아시아 전통음악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현대음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요요마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어떤 계기로 이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는가.
"25년 전 하버드대에서 역사학.인류학 강의를 들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실크로드에 흥미를 느낀 것은 그 상징성뿐만 아니라 리얼리티 때문이다. 1998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음반업계.학계.비정부기구(NGO) .연주단체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여러 차례 만났다. 이 모임을 통해 음악이 어떻게 전지구적으로 순환.보급되어 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전통음악이 현대음악에 자양분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전통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언제인가(요요마는 파리에서 중국계 이민 2세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
"아버지는 서구 스타일로 작곡된 중국음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음악학자다. 자연히 중국의 전통음악과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자랐다. 80년대초 아시아 순회공연을 다녀오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의 전통 앙상블과 연주한 적도 있다. 그후 중국.페르시아.몽골.한국.일본 음악의 상호관계를 깨닫게 되었다. 베이스 연주자 에드가 마이어, 피들(민속 바이올린) 주자 마크 오코너와 크로스오버 작업을 하면서 전통음악의 이해를 넓혀갔다. 아일랜드.스코틀랜드.스칸디나비아에서 영향을 받은 애팔래치아 민속음악을 연주하면서 전통음악이 현대적 양식 및 형식과 잘 융합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처럼 말이다."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서양 악기에 아시아의 전통악기를 포함시킨 편성으로 신작을 위촉했다. 가령 한국과 중국, 터키와 일본처럼 비서구 문화권끼리의 음악적 만남을 지원할 계획은 없는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악기가 만나 대화하려면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구상한 음악학자 레빈은 퓨전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만남을 주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탱글우드 워크숍에서 중국.몽골.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제르바이잔.이란.미국.유럽에서 온 60명의 음악가들과 함께 16개의 신작을 연습했다. 또 올 여름 프랑스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한국.터키.아르메니아 출신 작곡가들과 만났다. 음표를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보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클래식이 아닌 전통음악을 연주할 때는 첼로 주법이 달라지는가.
"그렇다. 첼로는 2천석 내지 3천석 규모의 홀에서도 크게 들릴 만큼 테크닉이 까다로운 악기다. 다양한 색채로 과장 섞인 연주를 한다면 전통음악의 순수한 맛을 낼 수 없다. 바로크 시대의 첼로 주법은 사랑기.마린쿠르.얼후 등 민속 현악기의 주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 만난 작품 외에 한국의 전통음악을 접해 본 경험이 있는가.
"몇해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전통음악이 담긴 CD를 선물받았다. 또 이번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위촉.완성한 강준일.김지영의 신작을 들으면서 한국의 전통음악이 현대음악의 스타일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느꼈다."

*** 문화적 측면서 비단길 접근

◇ 실크로드 프로젝트란=98년 첼리스트 요요마와 음악학자 시어도어 레빈의 주창으로 실크로드 위의 다양한 문화권 간의 교류를 연구하기 위해 발족됐다. 현지조사와 연구 작업을 토대로 박물관.음악가.작곡가.미술가들로 네트워크를 구성, 실크로드의 문화적 의미를 21세기에 재현해보자는 것.

종족음악학자.음악가.작곡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기존 발표된 작품을 토대로 위촉 작곡가를 선정하며 미국 포드자동차와 독일 지멘스사가 공식 후원사로 나섰다. 위촉 작품은 유럽과 미국.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콘서트에서 공연되며 실크로드 앙상블의 연주로 녹음돼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출시된다.

(http://www.silkroadprojec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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