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사설 리츠회사 투자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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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받지 않은 사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이 요즘 부쩍 늘었다. 그만큼 유사 리츠가 판을 치고 있다는 얘기다.

리츠회사에 투자하면 회사가 수익성 높은 부동산을 사들여 세를 놓거나 되팔아 생기는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이른바 간접 투자상품 중의 하나인 리츠제도가 지난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건설교통부 인가를 받은 일반 리츠회사는 아직 없다. 물론 설립을 준비하는 곳도 있고, 특히 구조조정용 부동산리츠(CR리츠)설립을 위한 자산관리회사(AMC)인가는 몇건 났다.

많은 리츠사가 생겨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정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유사 리츠는 인기다.

제도권 리츠회사는 여러 가지 기준을 지키려다 보니 설립도 쉽지 않거니와 높은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반면 사설 리츠는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일반 부동산 회사에 불과하니 애시당초 기준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없이 시중의 눈먼 돈만 많이 모으면 그만이다.

그렇다보니 실행 가능성은 따지지 않고 사업계획상의 수익률을 잔뜩 부풀려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수법이 동원된다.

물론 사설 리츠라고 다 엉터리라는 것은 아니다. 정부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서로 아는 사람을 통해 실행 가능한 사업계획을 제시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정기간에 얼마의 수익이 예상된다는 정직한 보고서를 내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있는 사기성 사설 리츠 상품이 버젓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설 리츠는 제도권 리츠가 번성하면 할 수록 더 기승을 부릴 소지가 많으니 큰 걱정이다.

정식 리츠회사는 이런 저런 기준을 다 따지고, 큰 몸집을 굴리려다 보면 생각만큼 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사설 리츠회사야 소규모니 경비가 적게 들고 움직임이 빨라 아무래도 돈 버는데는 유리하다. 게다가 이익이 많을수록 사업 진행자 몫도 커지므로 죽기 살기로 노력할 것 아닌가.

그러나 정식 리츠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경영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봉급 정도여서 이들이 임자없는 회사에 애정을 쏟으면 얼마나 쏟겠느냐는 회사 발전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제도권 리츠가 자리잡지 못하면 일단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유사 리츠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과연 약속한 수익이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을까. 대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투자자들만 큰 손해를 볼게 뻔하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을 모집한 유사 리츠 8개사를 적발해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이런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사설 리츠에 대한 규제 강화는 물론 이익 많이 낸 경영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제도권 리츠 활성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영진 전문위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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