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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정계은퇴 전망도…패배한 文 행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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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9일 밤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마친뒤 당사를 떠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패배가 확실시된 19일 오후 11시45분쯤 서울 영등포 당사를 찾았다. 개표방송은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지켜봤다. 당사에 도착한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저의 실패이지 새 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의 실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문 후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그는 지난 6월 출마 선언을 한 뒤 한 번도 의원직 사퇴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문 후보가 의원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로 나선 문 후보가 대선에서 패하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론 정계를 떠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현재 당 대표대행직까지 갖고 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선거에서 패하면 가장 먼저 책임론이 불거지고, 이를 대표해 책임질 사람이 필요해진다. 당 지도부가 모두 물러선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불가피한데, 패한 후보가 자리를 지키고 있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당 대표대행직은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동시에 이해찬 전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책임론도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총선 패배 뒤 한명숙 전 대표가 사퇴하자 친노의 좌장 이 전 대표와 호남의 대표 격인 박 원내대표가 “대표와 원내대표로 보조를 맞추자”며 이른바 ‘이-박 연대’를 한다. 그러자 당에서는 문 후보를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려는 ‘기획정치’라는 거센 비난이 일었다. 당내 경선에서도 비문(非文) 후보들은 ‘이해찬-박지원 패권주의’를 비난했다.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오려던 안철수씨도 계파정치를 수차례 비판했고, 이는 단일화의 적지 않은 장애물이 됐다.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무리한 기획 후보 만들기의 한계가 아닌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문 후보를 중심으로 폐족을 자처했던 친노 세력이 다시 결집했다. 민주당은 총선·대선의 승리를 명분으로 문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정치 참여를 요구했다. 문 후보는 오랜 기간 고민 끝에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 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이-박 연대를 통한 실력자들 간의 기획, 당의 주류인 친노의 결집으로 오히려 당의 힘을 한데 모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문 후보는 훌륭한 인물이지만 그에게 이 짐을 맡긴 건 친노의 욕심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론 문 후보를 중심으로 세력이 다시 모일 가능성이 있다. 한 당직자는 “문 후보는 ‘역대 최다 득표를 한 패자’이고, 그렇게 많은 지지를 받은 이를 당의 누가 함부로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한 후보를 대체할 리더십을 기존 인물에서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으로 간 안철수씨와의 관계 설정도 주목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안씨는 문 후보의 선거를 지원하며 범야권에서 이미 상당한 지분을 얻었고, 이로 인해 민주당이 대안을 찾는다면 안씨 외에는 없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계가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비주류는 안철수 전 후보를 중심으로 모여 노선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야권의 ‘단일화 정치’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를 했음에도 대선에서 패하면서 제1 야당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인천대 이준한(정치학) 교수는 “승리를 위한 정계개편으로 인해 한국 정당의 안정성은 늘 크게 훼손돼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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