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패네타 “민주주의서 말은 가장 강력한 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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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강연 중인 패네타 미 국방장관. 퇴임을 앞둔 그는 “새 국방전략이 직면한 최대 위험은 정치 시스템”이라고 했다. [AP=연합뉴스]

리언 패네타(74) 미국 국방장관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연 송년 강연에서 ‘언론의 힘’을 역설했다.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과 예산국장을 지낸 자신의 경력을 나열한 패네타 장관은 “그런 업무를 수행하면서 말(言)들은 때론 내게 무기가 되고 방패가 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런 뒤 “민주주의에서 말은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그게 오늘의 나를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워싱턴의 언론부대가, 국민이 힘을 위탁한 지도자와 기관들을 더 강하게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네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종군기자로 일하다 부상한 CBS 여기자를 최근 아프가니스탄 순방 중 다시 만난 사실을 전하며 “미국의 국민에게 전쟁 얘기를 전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건 수많은 종군기자들에 의해 민주주의의 이상이 지켜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군기자들의 활동을 담은 새 전시실을 펜타곤에 개관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1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는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 짐 밀러 국방차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 국방부의 주요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패네타 장관은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국방부를 이끌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해 각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가 출범하기 전 퇴임하는 패네타 장관으로선 일종의 ‘귀거래사’를 밝힌 셈이다.

 그는 미 의회에서 타협을 보지 못하고 있는 재정절벽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이 직면한 최대 위험은 예산의 확실성을 저해하는 정치 시스템”이라는 쓴소리도 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국방예산이 자동 감축될 위기를 맞은 상황 때문이다. 그는 “국방부는 자동 예산 삭감의 그림자 아래에 놓여 있다”며 “정치권이 옳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동맹국은 물론이고 잠재적인 적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패네타 장관은 “이 바닥에서 비판하고 흔들기는 쉽다”며 “하지만 우리의 역사에서 적과 위기를 극복하고 이 나라를 지킨 건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바탕으로 한 공직자 정신이었다”고 강조했다. ‘21세기의 군’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패네타 장관은 작지만 민첩하고 유연한 군 전력 운용과 동시다발적 전투 대응능력 등 5가지 미래 국방전략도 소개했다. 그러곤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냉전 등이 끝나 미국의 안보위협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북한과 이란은 지속적인 위협인 동시에 동북아시아와 중동의 안정을 해치고 있으며, 아시아의 신흥강국은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네타 장관은 내셔널 프레스 클럽 강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에 대해 “아주 지혜롭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300만 명에 달하는 (미 국방부) 조직을 이어받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헤이글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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