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전쟁"…주가 · 유가 모두 안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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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됐는데도 왜 세계 금융.상품시장은 차분한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사흘째를 맞고 있으나 시장이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습 이후 8일 처음 열린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0.57% 떨어지는데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소폭(0.04%)올랐다. 유럽 증시도 비슷했다. 런던만 약간 내렸을 뿐 프랑크푸르트와 파리는 조금 올랐다.

이 정도면 평상시와 다를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9.11 항공기 돌진테러 직후 폭락세를 보였던 것과는 아주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격이 테러 직후부터 예상됐던 일이며, 이미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언제 공격이 시작될 지 불안해 하던 투자자들의 마음이 공격개시로 누그러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한다.

테러사태 이후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낮추고, 미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중인 점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전쟁이 이라크 등 주변국으로 확산되거나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 가능성은 여전히 투자분위기를 억누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기후퇴가 확실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하고,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중동 부근에서 전쟁이 터지면 항상 걱정거리였던 국제 유가는 이번엔 거꾸로 내림세다. 공격 대상인 아프가니스탄이 산유국이 아닌데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향후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아직까지는 미국에 매우 협조적이다.

산유량을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안팎에 있는데, 과거 같으면 기름값이 이렇게 떨어지면 산유량을 하루 50만배럴은 줄였을 OPEC다. 8일 런던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12월 인도분)는 배럴당 0.09달러 내린 21.81달러를 기록했다.

달러가치도 큰 변화가 없다. 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0.41엔 내린 1백20.10엔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더라도 다른 통화가 달러화를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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