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가치' 코카콜라 89조원·삼성 8조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97년에 나온 미국의 아이보리 비누는 1백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브랜드를 쓰고 있습니다.'아이보리 비누는 99.44% 순수하다'는 광고문구도 계속 사용하며 깨끗하고 순수한 비누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바이엘의 아스피린은 똑같은 성분이지만 바이엘 상표를 달지 않은 제품(제너릭 브랜드)의 두배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불황 때에도 유명 브랜드는 경기의 영향을 덜 탑니다. 그래서 '제품 값이 1백냥이면 상표값이 90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브랜드는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자산(equity)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인수.합병 때나 제품을 사고 팔 때 브랜드의 가치를 따지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영국의 브랜드 관련 전문 컨설턴트 업체인 인터브랜드의 조사는 브랜드의 가치를 매기는 대표적인 작업으로 꼽힙니다.

인터브랜드는 매년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추천한 1천2백개 기업의 리스트에서 1백개 업체를 선정해 네가지 항목으로 점수를 매기고 있습니다.

평가항목은 각 브랜드의 ▶시장점유율(가중치 35%)▶연령.국적을 초월한 호소력(30%)▶신뢰도(20%)▶성장성(15%)입니다.

인터브랜드 관계자는 "강력한 브랜드는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힘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기업 가운데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은 코카콜라로 브랜드 가치가 6백89억달러(약 89조3천7백억원)에 달합니다.

국내에서는 '삼성' 브랜드가 42위로 1백위 안에 올랐습니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2000년 조사에서 52억달러였으나 올해는 64억달러로 올랐습니다.

올해 조사에서는 닷컴 거품이 빠지면서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과 검색엔진 야후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게 특징입니다.

아마존 닷컴(올해 76위)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45억달러에서 31억달러로, 야후(58위)는 63억달러에서 44억달러로 하락했지요.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 파동을 겪은 포드자동차(8위)는 지난해 3백64억달러에서 올해 3백1억달러로 줄었습니다.

일본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회장은 자서전에서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과 같은 것이고 상표나 회사명은 단순하게 고안해 낸 것이 아니라 기업의 책임감이 깃들여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브랜드의 가치는 기업의 철저한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얘기지요.

소니는 창업 초기 트랜지스터 라디오 10만개를 스위스의 유명 시계업체인 불로바 이름으로 납품하라는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당시 이 주문은 소니 총 자본의 여러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었답니다.

눈앞에 있는 경제적 이득보다 소니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중시한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이 결국 40년이 지난 지금 소니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것이지요.

이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