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일 청구권자금 사용세목에 관한 한일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구권자금의 사용방안과 그 실시세목을 협의하기 위한 제2차 한·일 실무자회담이 오는 8일까지의 예정으로 3일 외무부 회의실에서 열렸다. 첫날 회담에서 채택된 의제는 실시세목중의 미 합의사항 1차 년도 사업계획서·청구권자금 사용은행지정·계약서의 표준양식, 그리고 합동위의 설치문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간의 협정에 의해서 청구권의 1차 년도 사업계획서가 2월 16일까지에는 일본정부에 통달되어야 하므로 실시세목에 관한 조속한 합의가 요청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되어 있는바와 같다. 그러나 한·일 협정에 관계되는 입법·행정면의 국내 제 조치가 상금도 취해지지 못하고 있는 터이므로 이번의 회담은 정치적인 외교 절차라기보다는 실무상의 편의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국회재경위는 「청구권자금 등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현재 심의 중에 있으며, 자금사용계획의 국회사전동의여부와 관리위에의 국회의원의 참여여부를 에워싸고 여·야간에 많은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관련된 주요 논점에 대해서는 본 난은 이미 논평을 가한 일이 있지만, 쟁점의 타결이 어떻게 되든 간에 관리위가 1차 년도 사용계획을 비롯해서 실시 세목에 관한 사전적인 충분한 검토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게 되었음은 그동안의 국회사정여하에 불구하고 선후가 착도된 감을 금할 수가 없다.
정부의 청구권사용방안은 그 원칙적인 방향은 간간이 보도된 일이 있지만, 그 구체적인 위곡에 관해서는 일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일청구권의 성격이 문자 그대로 국민 혈채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 상도하거나, 또는 발전을 위한 그것의 효율적인 사용의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사용방안의 내용은 대일 회담에 앞서 국민적 공의에 붙여졌어야 옳았을 것이다.관리위의 토의도 거치지 앉고 국민의 토론도 물어 보지 않은 채로 실무자에 의한 기술적 회담에 넘겨 버린다는 것은 지나친 변의주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또 하나의 기본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전체적인 개발자원의 배분계획과의 관련을 전제로 하지 않은 대일청구권자금만의 고립된 사용계획이란 의미가 없을 뿐더러, 경제적으로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대일청구권 외에도 재정차관과 상업차관, 그리고 증여와 직접투자 등 광범한 외자도입을 계획하고있는 사정에서 외자의 원천별·용도별 배분의 전체적인 관련이 장기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성안되어야 마땅하며, 아울러 이에 부응한 내자조달과 그 밖의 개발요인들의 조달계획도 확립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전체적인 관련이 없이 대일청구권의 조기사용을 구상하거나 1차 년도만의 사용계획을 안출한다는 것은 가용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을 의구케 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이미 일본 민간신용에 의한 어협자금에 관해서는 그 도입을 주저케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당장 대체자원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고 대일 경협자금의 총체적인 사용계획이 변경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외환·물자·내자 등의 전체적인 수급 전망을 사대로한 치밀한 대일청구권 사용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