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관성있는 금융정책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월 15일 내한한 IMF조사단을 맞이하여 여신통제방식을 다시금 바꾸어 「지불준비베이스」로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였으며, IMF의 승인을 받는대로 금년도 재정안정계획에 이 통제방식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한국의 재정금융제도를 조사한 미국의 「E· S·쇼」 교수 일행의 건의에 의거하여 「유솜」 측에서 금년부터 실시할 것을 권고하여 온 것이다. 이에 의하면 통화발행고와 지불준비예치금을 토대로 중앙은행의 계정 자체를 통제하게 되는데, 통화증발요인은 제도상으로는 보다 근원적으로 직접 규제받게 될 것이다.
통화증발에 의한 「인플레」의 해독을 오랫동안 경험하여오는 우리 경제로서는 일층 강력한 「인플레」 수습을 시도하는 이번 규제방식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5·16 이후만해도 여신 및 통화통제방식은 여러차례의 개정을 거듭하였으며, 회수를 거듭할수록 통화증발요인을 더욱더 심하게 제도상으로 봉쇄하여 왔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개혁은 「유솜」·IMF 등 외국 또는 국제기관의 건의·권고 또는 협약에 의해서 때로는 반강제적이라는 인상을 받는 가운데서 이루어졌다. 한·미간에 연말 또는 기말 통화량한도를 설정하고 그 준수 여부가 미국의 원조,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관에 직접 영항을 미치는 것으로 일반에게까지 이해되고 있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정부의 「인플레」 수습을 의한 노력은 항상 미국이나 국제기관이 만족할만한 것이 못되었으며, 성과를 검토할 때마다 한도의 초과 또는 일종의 위약의 사태가 나타났기 때문에 정부의 자발적인 「인플레」 수습 의사에만 의존할 수 없어서, 새로운 증발요인이 뚫고 나갈 통로를 더욱 외국기관이 막아들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다.
이와 같은 제도의 변혁이 있을 때마다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은 민간의요, 이나라 경제다. 기말·연말 기타 조사단의 내한이 닥칠 때마다 한도액에 접근시키기 위해서 또는 그 한도액 준수를 위한 정부노력의 열도를 보이기 위하여 급작스러운 초긴축정책을 강행함으로써 금융을 경색시키는가 하면, 미측 또는 국제기관과 협상을 거듭하는 가운데 금융은 「키」를 잃고 방황하게 되므로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진다. 이리하여 우리경제는 정부의 「인플레」 수습에 대한 열의의 부족 또는 팽창 체질과 외국기관의 「인플레」 수습 강요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1년에도 몇 번씩 간질병 환자와 같이 통화방출과 긴축의 발작을 치러야 한다.
경제정책으로서 통화팽창도 있을 수 있고 「인플레」 수습과 안정 위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과 같이 통제력의 양분으로 방만과 초긴축의 양극으로 우왕좌왕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국민과 경제는 정부가 어떤 소신을 가지고 있으면 외국기관을 설득시키면서 강행하든지, 불연이면 외국의 권위자가 가르치는 대로 「인플레」 수습책에 충실하든지 양자택일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어떤 방향으로 일관성있는 금융재정정책을 통하여 국민과 경제로 하여금 예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여야 하며 외국과 국제기관이 믿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