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 아토피 환자 스테로이드 오래 사용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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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스테로이드(부신피질 호르몬의 일종)는 많은 의사를 명의(?)로 만들어준 약물이다. 20세기 초 임상에 쓰일 때만 해도 미국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었다.

앉은뱅이 관절염 환자가 걸어다니고, 호흡이 어려운 천식환자의 증상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 뿐인가. 홍반성 낭창.건선과 같은 난치성 피부질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만병통치의 신약은 갖가지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도 스테로이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토피(알레르기 민감체질) 피부염 환자들이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이 강력해 치료 초기에는 극적인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병원에 온 환자는 심한 아토피로 중학교 때부터 20년 넘게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왔다.

피부는 코끼리 가죽처럼 두껍고 검게 착색돼 혈관도 찾기 힘들어 응급실에서 혈관주사를 맞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백내장까지 생겼다.

이처럼 스테로이드를 오래 사용하면 백내장.당뇨.궤양.골다공증.고혈압.불안.흥분.면역저하.성장 장애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이 정도가 되면 삶의 의욕도, 희망도 찾을 수 없다.

중증의 아토피는 이처럼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질환인 것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부작용을 담보로 사용한 스테로이드가 아토피를 완치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스테로이드는 아토피 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뿐 면역체계 이상을 치료할 수 없는 약이다.

의료계에서 '병은 고치고 사람은 죽는다'란 말이 있다. 증상은 개선시켰지만 전체적인 몸의 상태를 오히려 나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제 스테로이드가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토피는 피부병이 아닌 면역질환이며 체질병이다.

체질적으로 민감한 인체가 외부의 자극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어야만 아토피 피부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피부 상태만을 개선하려는 것은 끝없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피부보다 내 몸의 기능을 회복시켜 면역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관건이다. 치료의 힘은 내 몸 안에 있다.체질의학은 그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용원 청뇌한방병원장(www.chungno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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