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그림 '개미화가' 원석연 초대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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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간 연필그림만을 고집해온 원석연(79) 화백의 초대전이 10-23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린다. 1991년 갤러리 현대 초대전 이후 10년만의 전시로 회고전 성격을 띤다.

출품작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1950년' 등 미공개작을 포함한 대표작 60여점. '1950년' 은 자동차 바퀴 자국과 버려진 고무신 한짝을 배경으로 수천마리의 개미떼가 서로 물어뜯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극사실적으로 담아낸 대작(147×64㎝.1956) 이다.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개미를 집에서 직접 키우면서 관찰한 그는 '개미화가' 로 알려질 만큼 연작을 많이 냈다.

이번 전시에도 일하는 개미떼를 그린 '근면' (86년작) 이나 텅빈 백지위에 갈곳을 몰라하는 개미 한마리가 올라가 있는 '고독한 녀석' (99년작) 등을 보여준다.

59년작인 '문수보살' 은 석굴암에서 몇개월 동안 기거하면서 연필을 세워 점을 하나하나 찍어서 완성한 작품으로 엄청난 공력을 느끼게 한다.

이밖에 볏짚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굴비나 명태.마늘을 정밀하게 묘사한 정물화에서 나무위의 새둥지, 시골의 초가나 들판.원두막 등을 담은 풍경화, 부인의 초상화 등도 출품됐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나 세느강변, 스페인 마드리드의 성당 등 여행지의 풍광도 선보인다. 가시철망의 한부분이나 호미.도끼.가위 등을 정밀묘사한 근작들은 상징성이 강한 선화(禪畵)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황해도 신천 출신으로 일본 도쿄의 가와데코 아카데미(川端學校) 를 다니다 해방 이후 월남한 실향민. 어떤 그룹이나 공모전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고고한 성품으로 자기세계를 지켜온 우리 화단의 야인(野人) " (미술 평론가 윤범모) 으로 살아왔다.

45년 이래 35차례의 개인전을 열면서 연필화에만 매달려온 작가는 그림값은 한푼도 깎아주지 않고 작품선정에도 화랑측은 일절 배제하는 황소고집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연필화 외길인생에 대해 " '이것이 내거다' 라는 신념 때문에 선택하고 계속할 수 있었다" 면서 "연필화도 유화처럼 원색화면을 보여줄 수 있지. 흐리거나 진하게 칠하면서 변화를 주면 연필로도 7가지의 색깔을 낼 수 있지" 라고 설명했다.

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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