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진출국 잉글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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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축구 본선티켓을 거머쥔 잉글랜드는 현재의 축구 규칙을 만들고 경기방식을 확립시킨 `축구 종주국'. 기원전부터 각 나라에서 축구와 비슷한 놀이가 있었지만 현재와 별 차이없는 규칙이 만들어진 것은 1848년 잉글랜드의 공립학교 대표 14명의 모임에서였다.

이후 잉글랜드에서는 축구가 보편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아 갔고 1863년 축구협회(FA)가 생겼으며 1872년 스코틀랜드와 사상 첫 A매치를 했고 1888년에는 프로리그가출범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이런 역사와 어울리지 않게 월드컵 성적은 초라한데 98년 대회까지 모두 9차례 본선에 나갔으나 우승과 4위를 1번씩 했을 뿐이다.

이는 잉글랜드가 축구종주국의 자존심만을 강조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잉글랜드는 1904년 국제축구연맹(FIFA) 창설을 외면했고 몇년 뒤 가입했으나 사소한 이견때문에 곧 탈퇴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잉글랜드는 1회대회였던 30년과 34년, 38년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잉글랜드가 다시 FIFA에 복귀한 것은 2차대전이 끝난 뒤인 46년. 이후 잉글랜드는 자존심을 접고 월드컵에 본격 도전했으나 초창기 FIFA와 담을 쌓았던 시간은 잉글랜드 축구수준을 엄청나게 떨어뜨려 놓았다.

50년 예선탈락, 54년 8강탈락, 58년 예선탈락, 62년 8강탈락. 다행히 자국에서열린 66년대회에서 우승해 체면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에도 잉글랜드의 침체는 계속됐다. 70년 8강에서 떨어진 뒤 74년대회부터 3회연속 지역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86년 8강까지, 90년에는 4강까지 오르며 다시 도약하는 듯 했으나 94년대회에서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했고 98년대회때는 16강전도 통과하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지난해 말 마지막 자존심마저 버리고 스웨덴출신 스벤-고란 에릭손감독에게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겼고 이번에 독일을 제치고 지역예선을 통과하는데성공했다.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을 버리는 데 무려 150년이나 걸린 잉글랜드는 내년 한국.일본에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놓인다.(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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