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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정책에 떠는 대학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치교수 문제>
한·일 협정비준을 막바지로 한 학생 「데모」때문에 적지 않은 희생을 당한 것이 교수들이다. 이른바「정치교수」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감수하면서 18명이 대학에서 물러났고 그밖에 많은 교수가 해외여행을 정지 당하고 박사학위가 거부되는가하면 해외여행을 할 때에는 휴직마저 당할지 모르게 되었다.
문교부가 정치교수를 학원에서 몰아내야 된다는 이유로『이들이 학생「데모」를 선동, 학원에「데모」요인을 길러 왔다는 것-』대학을 물러난 교수 중에는 『4·19 당시 학생들의 뒤를 이어 거리에 나섰을 때는 죄가 안되더니 이번에는 가만히 앉아서 날벼락을 맞았다』 고 억울한 소회를 말한 이도 있었다.
문교부는 이들 정치교수 제거에 「압력」이란 수단을 거리낌없이 썼다. 문교부는 사립대학의 경우 교수의 임명권이 총·학장에 있는지라 직접조치를 못한 대신 대학과 총·학장에게 엄청난 압력을 넣었다.「비협조적인 연·고대에 휴업령을 내려 문을 닫게 하는가 하면 사립학교 법상 사학에 대한 최대의 협박조항이기도 한 총·학장의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얼러댔다. 이 압력 통에 대학과 제자는 차마 스승을 나가라 못하고 스승은 송구일념에서 자퇴를 하는 등 쓰라린 정경도 많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들 교수의 대부분은 학년이 바뀌어 학원이 조용해지면 문교부의 강경책도 좀 누그러지려니 하는 기대아래 물러났던 것. 일부 대학에서는 쉬고있는 교수들에게 생활비까지 지급하고있다. 그러나 권오병 문교부 장관은 『아직도 학원에 「데모」요인이 제거되지 않았다』고 말하여 새 학년에 이들의 복직에 대해 간접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사실상 문교부의 압력에 의해서였던 아니었던 간에 형식상 총·학장의 권한으로 한 이들 교수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고 복직조처를 해주는데도 총·학장이 마음먹으면 풀어줄 수 있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권 문교의 「불도저」식 강경책 앞에 잠시 「용감한 총·학장」이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보다도 문교부가 취한 한·일 협정비준 반대서명을 한 4명의 연세대 수에 대한 박사학위 승인거부 조처와 또 이들에 대한 해외여행 추천거부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여론을 참작, 솔선 풀어줄 수 있는 아량이 아쉽다. 대학이 눈치를 보도록 만들어서야 쓰겠는가 라는 의의의 단계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 같다.
대학은 어디까지나 그때그때의 집권자보다 높은 차원에서, 또한 거시적인 안점에서 현실을 비판하고 현실에 참여하는 곳에 번영이 있어 왔다는 역사의 교훈이 뼈저리도록 느껴지는 문교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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