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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기생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현대의 유행어 품목에는 인력 수출이란 것이 한몫 끼여 있다. 말이 점잖지 실은 인간 수출…해태와 오징어에 인간도 끼여드는 것이 좀 눈물겹다. 그리고 흥부네 애들이 「사발 농산」를 지으려고 이웃집을 기웃거리는 거와 대동소이하다. 가난한 집에 식구가 많고 가난한나라에 인구가 많다는 것은 엎친데 덮치는 격이다. 식구나 인구나 다같이 입구자를 가지고 있다. 먹는 입으로 사람 수를 계산하는 것부터가 우리의 한 비극이다.
인력 수출은 「먹는 입」만 더는 것이 아니라 벌어들이기도 한다는 면에서 그래도 소위 고무적인 일에 속한다. 독일의 광부 수출에 뒤이어 간호부, 기술자, 이민, 그리고 이번에는 여교사, 이렇게 계속 한국인고로 기생충과 친했다. 시골에서는 숫제, 회를 다 죽이면 사람도 죽은 다는 미신이 있어 소중히 먹여 살리는 사람까지 있다. 그래서 인력 수출과 함께 기생충까지 묻어가게 마련이다. 물론 뜻하지 않은 기생충 밀수출에 골머리를 싸매는 것은 해외의 인력 시장이다. 독일에서도 누차 기생충 없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애소해 왔다.
둘째의 악은 인력 수출을 틈타 사기 범죄자가 끼어 드는 일이다.
「파라구아이」이 민속에 지능적으로 억대를 사기한 범인이 묻어갔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이민이 사기 망명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바람에 국내외로 다 같이 인력 수출가가 하락하게 될 것 같다.
세째 악은 인력 선발시의 공무원 부정이 끼여드는 일이다. 월남 파유 기술자 모집에서 한 사람 앞에 7만원을 받고 합격을 조작한 노동청 직원의 경우가 그 예이다.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불합격품을 해외 시장에 내 보낼 때 한국 인력의 불신도가 높아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력 수출의 앞날을 위해 삼대악의 기생충들을 구충해야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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