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과학화하자|후진을 일깨우는 「캠페인·시리즈」 (4)|고온 환경 하의 작업 내력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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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선수단이 동남아 등 열대 지방 원정에서 이기지 못하고 돌아오면 입버릇처럼 뇌까리는 얘기가 있다.
『그 더위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치 못했다』- 덥지만 않았다면 이길 수 있었다는 푸념이다.
재작년 「프로·복싱」의 서강일 선수도 「엘로르데」와 싸울 때 「필리핀」의 더위 때문에 혼났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고온이 한국인의 인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나라는 올 12월에 제5회 「아시아」 경기 대회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 대 선수단을 보낸다.
그때쯤이면 한국은 한참 추운 겨울철, 반대로 「방콕」은 건기라 하지만 낮의 기온이 섭씨 32도를 오르내리는 정도로 무덥다.
이 때문에 체육회는 벌써부터 이에 관심을 갖고 그 대비책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우수 선수 훈련은 기술면에만 그쳤지 실제 고온 환경하의 적응 훈련엔 전혀 손을 못 대고 있는게 오늘의 실정. 여기에 요즘 「클로스·업」되고 있는 것이 서울대 국민 체력 과학 연구소에서 실험, 발표한 「고온 환경하의 작업 내력에 관한 연구」다.
이문기, 윤덕로씨 등이 김인달 교수의 지도로 연구한 이 논문은 엄격히 말해 선수들의 체육 활동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그러나 실험 자체가 「고온하의 작업 내력」인 까닭에 「방콕」「아시아」 대회를 앞둔 우리 체육계에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21∼26세의 건강한 청년 16명을 대상, 섭씨 33도, 35도, 37도, 40도의 고온실에서 작업 (운동)량을 실험한 이 연구는 먼저 고온 환경일수록 인체의 운동 내력이 차츰 짧아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측 항온 실험실에 들어가기 전 27도, 적온하의 작업에서는 인체의 생리적 한계인 1백50회의 맥박 수에 도달하기까지 27분30초가 걸렸는데 33도에선 23분, 35도-17분, 37도-16분, 40도-10분이 각각 걸린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또한 산소 소모량도 33도-15%, 35도-20· 2%, 37도-25·6%로 차츰 늘어가는 현상이 밝혀졌다. 이 결과는 고온 환경일수록 인체가 쉽사리 피로해진다는 것-. 이 실험은 일본의 삼포풍언 박사의 방법을 채택했는데 실험 결과의 부산물로는 우리 나라 사람이 일본인들보다 고온에 강하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따라서 체육계에선 우리가 체질적으로 일본인보다 강하다지만 「방콕」 같은 고온 지역에서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느냐는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일본인보다 강하면 얼마나 강하며, 「방콕」 같은데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얼마동안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까?』
이 물음에 윤덕로씨는 적어도 4주 이상 고온하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고온하의 내력과 기후에 비춰 우리 나라와 비슷한 서구인들이 열대 지방에서 보통 1개월 이상의 적응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을 봐서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일본에서도 1개월 이상의 적응 기간을 역설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방콕」 대회에서 소기외 목적을 달성하려면 1개월간의 현지 훈련, 아니면 국내에 고온 「트레이닝·센터」를 마련하여 선수들이 고온에 완전히 적응해야 된다는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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