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 분업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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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사부는 부정 약품의 범람과 무질서한 치료, 투약 등이 가져오는 국민 보건상의 해독을 제거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세계 선진 각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의약 분업제의 실시를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실시를 위해 의약 분업 촉진 위원회를 지난 20일에 구성하고 의약 분업 실시에 대한 조사 및 연구를 하리라 한다.
보사부에서 추진하겠다는 의약분업은 이미 세계 선진 각국에서 모두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약의 처방을 의사에게 약의 조제 및 취급 관리는 약사에게 분리 분담케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의사 처방 없이는 약을 구입할 수 없으며, 의사 또한 무책임한 투약 행위를 할 수 없게 하여 약의 오용, 남용 등을 방지, 국민의 보건을 철저히 관리하자는데 주요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선진제국의 예를 좇아 63년12월 제정 된 현행 약사법에는 의약분업은 원칙으로 하면서도 경과 규정으로 부칙 제3조에 의사 자신이 치료할 때는 약품 조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놓았다. 이렇듯 의·약 분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우리 나라지만 무방비 상태이어서 악명 높은 「메사돈」 사건이 있는가 하면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되는 각종 진통제·항생 물질 등에 의해서 많은 사람들이 중독사·「쇼크」사에 이르는 등 선진제국에서 볼 수 없는 커다란 혼란을 가져왔다. 그러나 선진 의료 제도이며, 국민 보건을 위해서도 길대로 이루어져야 할 의약 분업이긴 하지만 가난한 우리이기 때문에 그 실현에 앞서 많은 선결되어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
보사부 관계 당국자들이나 의·약계 대표들은 한결 같이 의·약 분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국민 소득 정도론 의·약 분업이 가져오는 국민의 부담이 너무 크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각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사부 의정 국장 박양원씨는 『의·약 분업은 약의 오용·남용을 방지키 위해 꼭 필요하나, 지금 당장 분업을 한다는 것은 환자가 의사의 진단료, 처방료, 또 약방에서 사는 약값들을 가산하여 지불하여야 하므로 현 국민 소득으로는 시기 상조가 아닌가 한다.
동 약정 국장 허용씨도 원칙적인 점엔 찬성하나 무의촌, 무약촌의 해소 및 의료 보험 제도 등이 선결된 후 의약분업 촉진 위원회에서 연구, 조사한 것을 토대로 하여 전국적 실시에 앞서 시범 부락의 설치 등 준비 단계를 거쳐 시행함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 의학 협회 이사장 박건원씨는 무엇보다도 의료 및 약업 윤리가 정화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중요한 새 제도의 실시에는 정부·의약계·국민 각자의 협조가 있어야 하겠으며, 현 국민 소득으로 다소 무리하다 하더라도 불원한 장래에 실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 했다. 대한 약사 회장 조성호씨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의약계의 무질서가 심한 이때 시급히 요구되는 제도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의 신생제국 및 중국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일본도 사실상으론 못하고 있다) 모든 선진제국에서 실시하는 의약 분리 제도는 비록 다소의 문제점이 있더라도 현재와 같은 의약 관리의 난맥상에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 20일 보사부에 설치된 촉진 위원회는 의·약계 대표 각 5명씩과 의·약 정량 국장이 위원이 되고 차관이 위원장으로 됐다.
그리하여 그들은 활발히 연구 조사를 할 것이지만 과연 언제 의약 분업제가 실시 될 것인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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