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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네티컷 초교서 총기 난사로 28명 사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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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후 희생자 가족들이 이날 현장 근처에서 슬픔에 울부짖고 있다. 2007년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 이후 최악의 참사다. [뉴타운(코네티컷) 로이터=연합뉴스]
14일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초등학교에서 수십명의 어린이들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자살한 용의자로 지목된 애덤 란자가 2005년에 찍은 사진으로 이웃인 바바라 프레이가 제공했다. 이 학교 일대의 치안을 담당한 리차드 노비아는 이 사진이 란자의 것이라고 확인했다.[AP/뉴시스]

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두고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동네인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 주말을 앞둔 14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수업 시작 종이 막 울리던 찰나 수십 발의 총성이 정적을 깼다. 방탄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괴한이 양손에 권총을 든 채 유치원 교실에 난입했다.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학생들을 향해 100여 발의 총격을 가했다. 순식간에 5~10세 어린이 20명과 돈 호흐스프렁 교장 등 6명의 교직원이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들이닥칠 무렵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했다.

괴한은 이 학교 유치원 교사 낸시 랜자의 막내아들 애덤 랜자(20)로 밝혀졌다. 그는 이날 아침 집을 나서기 전 어머니를 먼저 권총으로 살해했다. 그러고는 권총 두 자루와 장총 한 자루를 챙겨 어머니의 차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정문에 경비원이 있었지만 이 학교 유치원 교사의 차량이어서 무사 통과했다. 장총은 차 안에 두고 권총 두 자루만 허리춤에 숨긴 그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총격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짧은 시간에 권총으로 26명을 사살한 것으로 미뤄 교실 입구를 막아 선 뒤 한쪽 벽으로 몰린 학생들을 한 사람씩 조준해 사살한 것으로 보인다. 총격 소리에 놀라 복도로 뛰어나갔던 3학년생 베어 니키치우는 “내 옆으로 총알이 스쳐 지나갔다”며 “그 순간 한 선생님이 교실로 날 얼른 끌어당겼고 교실 문에 총알이 박히면서 마치 누가 문을 발로 차는 듯한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학생·교직원 26명과 범인의 어머니, 범행 후 자살한 범인 자신을 포함해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가 더 있어 희생자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은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가 32명을 사살하고 자살했던 2007년 버지니아주 버지니아텍 사건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뉴타운엔 10가구 정도 한인이 살고 있는데, 이번 총격으로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벌어진 초등학교에서 8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8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교민 현경숙씨는 “세 아이 중 막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모두 랜자의 어머니 이름으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치원 교사였던 그의 어머니가 3정이나 되는 총기를 집에 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랜자는 평소 반사회적 인격장애, 가벼운 자폐증과 유사한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 등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에서도 그를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없을 정도였다.

범인은 학교에선 9학년까지 ‘우등생(honor roll)’으로 뽑혔을 정도로 학업 성적이 좋았지만 이후 학적 기록이 없는 것으로 미뤄 자퇴한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선 2008년 부모가 이혼한 점도 그에게 정신적으로 상처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는 GE캐피털 부사장이자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금은 재혼해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살고 있다.

애초 CNN방송은 범인이 애덤의 형인 라이언이라고 보도했다. 뉴저지주 호보켄에 살고 있는 라이언이 이 보도를 접하고 페이스북에 “내가 범인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동생 애덤으로 확인됐다. 라이언은 경찰에서 “동생이 내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동생은 정신적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NYT는 뉴저지주에 사는 애덤의 여자친구도 행방이 묘연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총격 사건 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다섯 살에서 열 살까지의 이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들이”라는 대목에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잇따른 총격 사건으로 무고한 초등학생까지 희생되자 미국에선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이날 백악관 앞에선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하는 시민 50여 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8월 24일엔 뉴욕 맨해튼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앞 대로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범인을 포함한 2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했다. 7월에는 콜로라도주 덴버의 영화관에서 총기 난사로 12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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