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女테니스계 "쿠르니코바 대타를 찾아라"

중앙일보

입력

"우리는 안나를 원한다(We want Anna)."

지난 6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 이색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안나 쿠르니코바(20.러시아.세계랭킹 22위)가 다리 부상으로 불참하자 네덜란드에서 몰려온 20여명의 극성 남자 팬들이 써붙인 구호였다.

테니스대회 때마다 쿠르니코바를 따라다니던 외신 사진기자들은 쿠르니코바가 5개월여간 공식대회에서 자취를 감추자 새로운 미녀 스타 찾기에 나서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에는 흥행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쿠르니코바 없이는 관중 동원이 실패할지 모른다는 스포츠 마케팅 산업의 상술도 한몫했다.

◇ 금발 글래머

차세대 미녀 여왕으로 떠오르는 후보들의 공통점은 금발의 육감적인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포스트 안나' 에 가장 근접한 옐레나 도키치(18.유고.11위) 역시 1m75㎝.60㎏으로 모델급 외모를 지녔다. 도키치는 최근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ESPN 등에서 네티즌 인기조사 1위를 차지했다.

쿠르니코바의 복식 파트너였던 바바라 쉐트(25.오스트리아.19위) 역시 윔블던 대회 직전 영국 대중지 미러에 세미누드 사진이 실리는 등 유명세를 탔다.

미국의 신예 애슐리 하클러로드(16.미국.2백84위)도 엘르.글래머 등 유명 패션잡지의 모델로 나서며 겸직 선언을 했다. 하클러로드와 US오픈 1회전에서 맞붙은 상대 선수는 "유니폼이 너무 야하다" 며 불평을 할 정도였다.

◇ 움직이는 광고판

쿠르니코바는 지난해 스포츠 용품회사 아디다스와 총액 1천만달러(약 1백30억원)의 스폰서 계약을 했다. 이는 지난해 쿠르니코바가 단식경기에서 벌어들인 상금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도키치 역시 지난해 필라와 연간 35만달러의 의류지원 계약을 체결했으며 프로 데뷔 첫해인 하클러로드는 올 초 나이키로부터 연간 10만달러의 후원을 약속받았다.

◇ 실력은 미지수

'스타〓실력' 의 공식은 미녀 여왕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쿠르니코바는 1995년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한차례도 투어대회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코트에 컴백한 후에도 두 대회 연속 1회전에서 탈락했다.

도키치도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다 그나마 프로 데뷔 4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2개 대회 우승을 따내 체면을 세웠다. 하클러로드는 올해 프로에 입문, 1회전의 벽을 넘지 못한 애숭이다. 미국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를 두고 '글래머 슬램(Glam Slam)' 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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