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변죽만 울린 공식 슬로건 선정 작업

중앙일보

입력

2002 월드컵축구대회의 공식 슬로건 선정이 사실상 무산됨으로써 전 국민을 상대로 슬로건 공모까지 실시했던 한국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KOWOC)의 성급한 결정이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월드컵 붐을 조성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공식 슬로건 선정 작업을 추진했던 KOWOC은 지난 6월 30일까지 접수된 3천792편 중 3편을 4일 당선작으로 발표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이 슬로건들은 대회 공식 표어로 인정받지 못한채 국내용에만 그치게 됐다.

이는 이미 지난 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FIFA와 한.일 조직위 사무총장회의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라는 지적이다.

FIFA는 각국의 언어로 다시 번역돼야 하는 제작과정의 어려움과 지적 재산권이라는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다는 점을 내세워 공식 슬로건 선정에 대해 난색을 표해왔다는 것. 그러나 KOWOC은 줄기차게 슬로건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6월에는 FIFA와 공동개최국인 일본과의 협의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금까지 내걸고 공모까지 실시하는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달 30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사무총장 회의에서도 FIFA는 기존의 입장을고수했고 결국 KOWOC은 FIFA는 물론 일본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는 슬로건을 발표하는 우스운 모양새를 자초하고 말았다.

문동후 KOWOC 사무총장은 "이번 당선작이 공식 슬로건으로 승인받지 못하더라도 정부나 대한축구협회 등 관련단체에서 사용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FIFA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적 재산권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슬로건 선정 작업을 추진한 KOWOC은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난을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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