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다리 '보험왕' 인간승리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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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부싯돌이 되고 싶습니다. "

제일화재 영업교육팀 조용모(趙庸模.48)부장은 요즘 잘 나가는 '보험맨' 이다. 설계사를 포함, 사내 7천여명 직원들의 교육뿐 아니라 외부 기업체.관공서 등의 강의요청이 밀려 한달 전 예약이 아니면 어림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를 직접 본 사람은 그가 한쪽 다리를 전혀 못쓰는 3급 지체장애인이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기 일쑤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간신히 초.중교를 마친 뒤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를 나오기까지 독학했으며 한때 국가기관의 촉망받는 사무관이었던 趙씨의 인생이 느닷없이 항로를 바꾸게 된 건 스물일곱 때.

퇴근 후 구두닦이.신문배달 소년 등을 모아 가르치는 야학수업을 마치고 서울 봉천동 하숙집으로 돌아가던 중 뺑소니차에 치여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자살하려고 수면제를 먹었지만 어머니께서 사흘을 부둥켜 않고 제 곁을 지켜주신 덕분에 극적으로 살아났습니다. "

몸을 추스른 뒤 직장을 찾아나섰지만 장애인인 그에게 취업은 절벽과 같았다.

1백8번 원서를 냈지만 면접만 보면 연락이 없었다.

그가 재기의 틀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1984년 모 보험회사 모집인이 되면서부터. 어렵사리 잡은 직장이니만큼 "웬 상이군인이냐" 는 문전박대를 수없이 당하면서도 하루 1백~2백리씩 고객을 찾아 돌아다녔다.

자전거를 타기도 어려운 데다 목발을 짚고 4~5층 건물을 오르내리다 보면 겨드랑이가 피로 흥건히 젖곤 했다.

4㎞의 눈길을 20여 차례나 넘어지며 네번씩이나 가입자의 집을 찾아간 것은 약과. 입사 2년 만에 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북권 최고의 영업실적을 올렸다. 이렇게 되자 경쟁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온 것은 당연한 일.

새 직장에서도 거의 매년 1등을 차지하며 2~3단계씩 승진을 거듭하던 그는 96년 또다시 지금의 회사로 옮긴 뒤 익산.전북.강서지점 등 맡은 곳마다 최고의 지점으로 일궈내는 신화를 창조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 4월부터는 아예 일선 업무보다는 전국을 돌면서 성공한 보험인생을 강의하고 있다. 같은 회사 최형천(崔炯天.48)이사는 "趙부장 같은 사람 서넛이면 회사 하나 꾸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고 말했다.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성공하게 마련" 이라는 崔씨는 최근 이같은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담아 『바다로 간 나무꾼』(정보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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