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세 인하 검토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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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사태 이후 경기침체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극도로 위축된 기업활동을 되살릴 방안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내수기반 유지를 위해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인하방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소득세와 함께 법인세도 평균 10% 정도(세율로는 2%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안은 소득세율만 낮추기로 한 정부.여당안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부.여당이 법인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수(稅收)감소 부담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연간 9천4백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계산이므로 한나라당안은 1조9천억원 안팎의 세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소득세율 인하만으로도 내년에 1조9천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추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내년 세수가 너무 줄어들면 2003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키로 한 이 정권의 약속이 물건너간다는 고민도 숨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재정의 효율성이나 최근의 상황변화 등을 감안할 때 법인세율 인하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현행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수준보다 낮다고 강조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이 이미 감세(減稅)에 나서고 있는 현실과 시급한 경기조절 요구를 감안할 때 재정지출 확대뿐 아니라 감세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효과가 직접적이지만 제한적인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모든 기업에 혜택이 주어지는 감세를 적절히 배분하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이 어차피 불가능한 목표라면 정부가 이번 기회에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진지한 논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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