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통신시장 미 퀄컴 기술종속 심화

중앙일보

입력

국내 통신시장의 미 퀄컴에 대한 기술종속이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이 미 퀄컴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원천 기술 사용대가로 연간 수억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KTF 등 통신사업자들까지 퀄컴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브루' 도입을 추진하고있다.

KTF는 브루도입 방침을 확정하고 퀄컴과 막바지 로열티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200만∼300만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키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퀄컴과의 협상이 원만히 이뤄질 경우 오는 11월 중순께 브루 상용서비스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도 브루 도입에 부정적이던 입장을 바꿔 도입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자체 플랫폼 개발 노력도 병행할 것이지만 브루 도입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도 지난 4월 퀄컴과 브루도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브루도입의 길을 열어둔 상황이나 무선인터넷 플랫폼으로 자바를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관계자는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브루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주도로 개발중인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에 대해 보편화와 상품화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데다 당장 사용할 플랫폼으로 브루외에 마땅한 국산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통신장비 업체들에 이어 통신서비스 업체들까지 퀄컴의 기술을 사용할경우 국내 통신산업은 퀄컴에 대한 기술종속이 한층 심화되는 것은 물론 외화유출도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퀄컴사에 총 2억3천여만달러를 지불했으며 현행 한국식 로열티를 기준으로 할 때 금년 3억6천800만달러, 내년 3억2천800만달러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불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통신장비 기업들은 95년부터 작년까지 선급기술료(250만∼850만달러)를 포함한 CDMA 로열티로 총 7억5천785만달러를 퀄컴에 지불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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