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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만 죽으면…” 반도체 메이커들의 꿍꿍이속(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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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현재 진행되고 있는 IT산업과 반도체의 경기불황은 15년만에 최악이다. 향후 D램시장은 차세대 제품 양산에 필요한 설비투자 능력이 있는 3~4개 업체로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마이크론·하이닉스·인피니온 정도다. 서바이벌 게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에게는 대박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퇴임한 일본의 고위 인사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 “일본은 신(神)의 나라”라고 했다가 주변국들로부터 빈축을 산 일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도대체 무슨 나라일까? 경제분야에 국한시켜 보면 한국은 단연 ‘반도체의 나라’다. 반도체는 잘나갈 때는 우리 경제를 먹여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다 불황 때면 경제를 말아먹는 원흉으로 눈총을 받는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삼성전자 한 기업의 시가(市價)총액이 주식시장 전체 물량의 15%에 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데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영향을 받고 500만명에 달하는 주식투자자들이 일희일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신문들은 D램 반도체의 가격변동 추세를 유가나 환율과 거의 같은 비중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반도체에 거의 목을 매다시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수출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의 살 길은 수출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이 바로 반도체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총액의 15% 내외를 차지해온 ‘경제의 버팀목’이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국내 상장기업 전체 이익의 25%를 차지한 점도 반도체가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세계 D램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지난 1995년 31%에 달하던 한국의 세계 D램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에는 38%로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세계 1위와 3위 업체로 각각 군림하고 있다. 국가별로 따져도 우리나라는 세계 1위다. 단군 이래 세계시장에서, 그것도 하이테크 제품에서 세계를 호령했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4년마다 도지는 병, 반도체 불황

우리 업체가 현물(現物)시장에 한꺼번에 물건을 내놓으면 D램 가격은 폭락한다. 반대로 불황기에 감산(減産)계획만 발표해도 가격이 올라갈 정도로 한국의 시장지배력은 커졌다. 이러한 시장지배력을 배경으로 한국 반도체는 지난해 64메가 D램에서 원가대비 2배 이상의 마진을 남겨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잘나가던 반도체산업이 올해 들어 경기하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는 국가경제와 주식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말았다. 1년 전 개당 16달러이던 128메가 D램 가격이 지금은 1.4 달러로 추락해 있다. 똑같은 제품의 가격이 불과 1년만에 91%나 폭락한 것이다.

이 바람에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세계 반도체업체가 모두 적자를 냈다. 특히 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만 1조8,000억원이라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가격폭락에 놀란 투자자들이 혼비백산해 투매(投賣)하면서 반도체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반도체 불황에 따른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해질 조짐이 나타나면서 첨단제품의 가격이 그처럼 급락한 이유가 뭔지, 업계는 이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인지, 언제쯤 가격이 회복돼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등 반도체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궁금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최첨단 부품인 반도체 시장이 그처럼 변덕이 심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1년 사이에 가격이 10분의 1로 폭락하는 것은 좀 심한 면이 있다. 그러나 내부를 자세히 살펴 보면 수요와 공급이라는 지극히 초보적인 경제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또한 반도체시장임을 알 수 있다.

반도체시장은 도박판과 비슷해서 누구나 대박을 꿈꾸는 속성이 있다. 단 맛이 풍기는 곳에 개미가 모이듯 호경기 때는 초(超) 고수익이 보장되는 반도체로 수많은 기업들이 덤벼든다. 반도체는 지천으로 널려 있는 모래를 퍼다 반도체의 기판인 지름 8인치짜리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고, 그 위에 미세한 붓으로 가는 선을 긋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제품 가격이 고급 승용차 가격과 맞먹기도 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물론 깡통을 차지만, 호황기 때의 이러한 매력 때문에 반도체업체들은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할 기미를 보이면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높인다. 그 과정에서 공급과잉 사태가 빚어지고 재고 물량이 쌓이게 된다. 여기에 수요마저 줄어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헐값에 물건을 내다 팔면서 죽는 소리를 한다. 감산(減産) 등으로 위기 탈출을 시도하는 가운데 채산성이 악화돼 ‘진짜’ 죽는 기업도 나온다.

반도체는 수박이나 참외 등 여름철 과일과 같은 속성이 있다. 수박 가격이 폭락한다고 갑자기 수박 생산량을 줄일 수는 없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공장을 짓고 가동률을 조절하는 데 최소한 1년이 걸리기 때문에 한번 공장을 지어놓으면 수요가 줄거나 가격이 폭락해도 생산량을 급격히 줄일 수 없게 돼 있다.

근래의 반도체 경기 침체가 처음 있는 일처럼 여겨 온통 호들갑이지만, 이것 역시 잘못된 인식이다. 반도체 경기 침체는 4년마다 도지는 병이다. 4년 주기(週期)의 반도체 경기는, 반도체의 원재료가 실리콘이라는 점에 착안해 ‘실리콘 사이클’로 불리기도 한다. 경기의 피크(정점)가 올림픽 개최년도와 일치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올림픽 사이클’이라는 표현도 사용된다.

반도체 경기의 부침(浮沈)이 4년을 주기로 반복돼온 것은 4년마다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와 관련이 깊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경기 조절 차원에서 금리를 인상해 왔다. 금리인상은 민간 설비투자를 축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굴뚝산업의 비중이 낮은 미국에서는 민간 설비투자의 대부분이 반도체의 주된 수요처인 컴퓨터와 사무자동화(OA)기기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산업은 미국 대통령선거가 열리는 해에 경기의 피크를 친 후 하강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여왔다.적어도 지난 1988년까지는 이 주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PC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 사이클에 변화가 나타났다. 1989년부터 1995년까지 경기가 꾸준히 상승한 것이다.

경기침체속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 진행중

D램 반도체 경기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와 시드니 올림픽의 열기 속에서 다시 한번 피크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부터 가격이 폭락하면서 주가도 동반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경기 급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D램 반도체는 전세계 정보통신업계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글로벌 상품이기 때문에 경기 자체가 주요 국가의 금리(金利)와 유가(油價)의 영향을 받는다. 바닷물의 온도가 바뀌면 주력 어종이 바뀌듯 반도체산업도 금리인상이나 유가폭등 사태에 휘말리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D램 반도체의 최대 고객 역할을 해온 것이 컴퓨터였다. 컴퓨터는 소비심리에 크게 좌우되는데, 소비심리는 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겨울 컴퓨터 경기는 유럽에서부터 사그러들었다. 이 무렵 유럽은 혹한이 닥치면서 유가가 폭등했고, 난방비용이 상승하자 컴퓨터에 대한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하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경제의 초장기 호황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온 데다 유가 폭등이라는 또 다른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결과였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반도체 경기 하강세는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하강 속도가 D램 역사상 가장 빨라 현기증을 느끼게 할 정도라는 점이다. 지난 9월 초에 발표된 올해 7월분 세계 D램 반도체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급격한 감소세다.

이러한 급속한 침체국면을 맞은 반도체업계에서는 지금 전례없이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D램 반도체는 세계 주요 5대산업 가운데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분야다. 업계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도 D램이 가장 높다. 이처럼 과점화(寡占化)가 심화돼 있기 때문에 지금의 불황을 견디기만 하면 호황 때의 대박이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점도 불황 속의 생존경쟁을 한층 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반도체시장의 생존게임과 관련해 국제적 관심사가 돼 있는 것이 바로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다. 현대전자의 후신(後身)인 하이닉스는 알려진 대로 과도한 부채로 인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채권단 사이에서 추가지원하느냐 여부를 놓고 지루한 논란이 진행돼 오면서 하이닉스는 국가 경제의 현안으로 떠오른지 오래 됐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D램시장의 17.1%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하이닉스가 부도처리 등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느냐, 아니면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받아 살아남느냐의 여부는 국제시장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태풍의 눈, 하이닉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하이닉스의 거취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반도체업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하이닉스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이 바로 경기의 바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D램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라고는 하지만, 과잉 물량은 10%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시장점유율 17%인 하이닉스가 퇴출되면 D램시장은 단번에 공급부족 상태로 돌아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업계의 생존경쟁은 살아남은 자의 축제로 바뀔 것이다.
이처럼 하이닉스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인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하이닉스 처리문제에 대해 각 경제주체들 간의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이닉스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하이닉스는 생산능력만으로 치면 세계 1위 업체다. 기술력이 삼성전자에 비해 뒤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2~3분기 정도의 시차에 불과하다. 지난 2년 동안의 호황기 때 삼성전자는 반도체로만 9조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세계 정상급 생산능력과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텅빈 지갑만 남아 있다. 과도한 차입금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세계 D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차입금이 매출액보다 많은 기업이다.

이런 회사는 호황기에는 레버리지 효과(타인자본을 이용한 자기자본 이익률의 상승효과) 덕분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불황기를 맞아 매출이 줄어들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나 곧바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 하이닉스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이 문제는 애초부터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빚 많은 두 회사를 억지로 합친 데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의 대전제는 하이닉스의 자구노력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1999년 LG반도체와 합병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얘기를 2년째 해오고 있지만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자구노력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하이닉스는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철 지난 여름 물놀이용품을 ‘가격이 안맞아 못내놓겠다’며 끌어안고 있으면서 은행에 운영자금 지원 요청을 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철 지난 제품은 바겐세일 외에는 방법이 없다.
1차적으로는 구조조정을 미룬 하이닉스에 문제가 있지만, 한국의 금융기관들도 지금은 몸을 사릴 때가 아니다. 오히려 ‘벤처 마인드’로 하이닉스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부채문제로 고전하는 하이닉스도 차입금을 절반만 줄여주면 다음에 올 호황기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반도체 경기는 길어도 2~3년이면 다시 호황기에 들어설 것이다. 언제 뜰지도 모르는 벤처기업에 수천억원씩 투자하는 마당에 2~3년 안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투자라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더 야박하게 생각하면 이런 점도 있다. 어차피 현재와 같은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라면 금융기관이 하이닉스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는 난망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융기관들은 기존 대출을 출자전환해 주느냐 마느냐, 신규자금을 지원한다 못한다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출자전환도 좋고 이자 감면도 좋지만, 지금 하이닉스에 필요한 것은 경기가 다시 좋아지기까지 1~2년을 버틸 수 있는 ‘현금’이다.

하이닉스를 살려야 하는 이유

현재 진행되고 있는 D램업계의 생존게임은 기술경쟁이 아니다. 이미 현물가격이 변동비용(재료비 등 산출량에 따라 변하는 비용)을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생존경쟁은 누구의 지갑이 더 두툼한지를 놓고 벌어지는 기싸움이다. 상대방이 1만원짜리 지폐를 펴보일 때 텅빈 지갑을 내보이며 ‘그만 싸우자’고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이때는 10만원짜리 수표를 꺼내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하이닉스는 이 수표가 절실한 입장이다.

지난 18년 동안 있는 돈 없는 돈 다 들여 키운 자식이 지금 수렁에 빠져 있다. 자식이 수렁에 빠져 더러운 냄새가 난다고, 그 동안의 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데가 많았다며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른 정을 생각하고, 앞으로 잘될 날이 있을 것으로 믿고 건져낼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수렁에 빠진 하이닉스’를 어찌해야 할지를 놓고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17%짜리 회사를 키우는 데는 18년이 걸렸지만, 이것을 버리는 데는 6개월이면 족하다. 그렇게 해서 하이닉스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삼성전자나 외국 D램업체들은 화장실에서 몰래 웃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악’ 소리가 날 것이다.

하이닉스에 7조원을 빌려준 23개 금융기관이 휘청거리면 4조원을 퍼부어 구조조정을 마친 금융권은 다시 한번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고, 주식시장도 성할 리 없다. 손실을 줄이려는 외국 투자자들이 달러를 바꿔 나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면 환율이 기약 못할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이 미국과의 통상마찰의 빌미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은 세계 D램시장의 19%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D램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미국이 50% 이상 장악하고 있다. PC의 원가구조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용은 통상 5~10% 정도다. 그런데 근래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이 비용이 1.5~2%로 떨어져 있다.

하이닉스가 시장에서 퇴출되면 D램시장은 공급부족 사태로 바뀌어 가격이 지금보다 5~10배로 뛸 것이다. 1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중인 마이크론으로서는 춤을 출 일이지만, 원가부담이 15~20% 올라갈 PC업체들로서는 곡소리가 날 일이다.

한국의 금융기관이 합심해 하이닉스 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미국 D램업체로서는 배가 아프겠지만, 미국의 국가이익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칭찬할 일이다. 하이닉스 처리를 놓고 미국의 통상압력을 걱정하기보다 바로 이러한 논리로 미국을 거꾸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 확보를 위해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D램을 내다팔고 있다. 금융권의 지원으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 이러한 출혈을 하지 않아도 되고, D램의 현물가격 안정도 빨라질 수 있다. 시장이 안정되면 수익도 개선되고, 투자능력도 덩달아 생기는 선순환(善循環)이 가능해진다.

전병서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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