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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독대회동'한 고급 한식당, 알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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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일 서울 정동의 한식당 ‘달개비’. 최근 무소속 안철수씨와 두 차례 독대 회동한 이곳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을 만났다. 문 후보는 지난 9월 대선 경선에서 패한 손학규 당 상임고문과도 달개비에서 회동했다.

 달개비는 과거 세실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에 문을 연 한식당이다. 세실은 ‘명동성당’ 못지않게 상징적인 이름이다. 1979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던 세실은 민주화운동 세력의 사랑방이었다. 그러나 적자에 시달리다 2009년 1월 10일 문을 닫았다. 바로 그 자리에 달개비가 들어왔다. 세실과는 전혀 다른, 점심특선 메뉴가 4만4000원부터 시작돼 11만원짜리까지 있는 고급 한식당이다. 하지만 ‘세실의 추억’ 때문인지 야권 인사들은 이곳을 유달리 애용한다.

달개비란 이름 때문이기도 하다. 달개비는 들꽃의 이름이다. 문 후보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달개비는 신비롭고 예쁜 꽃”이라며 “요즘 식물학자들은 (달개비 대신) ‘닭의장풀’ 이라 부르는데, 달개비란 이름이 얼마나 예쁘냐”고 예찬론을 편 적도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생화 ‘인동초(忍冬草)’를 자신의 아호(雅號)처럼 애지중지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이날 달개비 회동에서 김 의장은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문 후보 지지선언엔 최기선 전 인천시장, 문정수 전 부산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 이신범·박희부 전 의원, 민주동우회(상도동계 모임) 노병구 회장 등이 동참했다. 모두 오래된 상도동 사람들이다.

 김 의장은 “역사가 결코 거꾸로 되돌아가선 안 된다는 믿음에서 번민 끝에 15년 전 제 손으로 창당했던 지금의 새누리당을 떠난다”고 말했다. 1997년 대선 때 신한국당은 조순 민주당 총재 등을 영입하면서 한나라당으로 개명했다. 당시 조순 총재 등을 영입해 온 사람이 김 의장이다. 김 의장은 “박근혜 후보 역시 훌륭한 자질을 갖춘 정치지도자이지만 태생적 한계, 자라온 환경,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성향으로 볼 때 미래보다는 과거·권위주의·분열·갈등의 시대로 가는 숙명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문 후보 지지 선언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양대 축이었던 상도동계(YS진영)와 동교동계(DJ진영) 인사들의 분화를 상징하고 있다.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상도동계 김무성 전 의원은 박 후보 캠프의 좌장(총괄본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상임의장은 “문 후보와 YS 간 가교역할을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교동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권노갑·김옥두 전 의원, 박지원·설훈 의원 등은 문 후보를 지지하고 있지만 한때 ‘리틀 DJ’로 불렸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9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생전 ‘정적의 딸(박근혜)을 국가 지도자로 키워 지역감정·이념갈등·정치보복을 청산하고 국민대통합의 길을 열려고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역시 동교동계인 한광옥 전 의원은 박 후보 캠프에서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김경재 전 의원은 기획담당특보를 맡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양 계보가 지금 ‘각자도생’(各自圖生·제 각기 살길을 꾀함)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강인식·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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