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지지 무산' 박주선 "지인들이 날 산으로 데려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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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박주선(광주시 동구·사진) 의원의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이 10일 주변 인사들에 의해 저지됐다. 새누리당에선 박 의원이 이날 박 후보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이 문제를 놓고 (주변 분들에게) 숙지를 하면서 동의를 구하려 했는데 (지역구) 사무실이 마비됐다”며 “가까운 분들이 나를 어디론가 태우고 와서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새벽 1시30분쯤 도착했는데 밤이라 (이곳이 어디인지) 행정구역인지도 모른다. 산속인 듯한데 누구의 집인지 절의 부속 가옥인지 잘 모르겠다”라고도 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내가 지지 기자회견을 하면 오히려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분이 훨씬 많다”며 “이런 상황에선 박 후보 지지 여부를 밝히는 게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내가 혼자 박 후보를 지지한들 주위 분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메아리 없는 외침”이라며 “주위 분들과 상의해서 좋은 결과로 말씀드릴 것”이라고도 했다. 박 의원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은 정치를 하면서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박 후보와 접촉한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다. 그는 “박 후보가 만나보자고 해서 만났으며, 공감을 이룬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검찰 출신인 박 의원은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기록을 가진 정치인이다. 1999년 옷 로비 사건으로 처음 구속됐다 무죄로 풀려났고, 2000년 나라종금 사건과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에서도 구속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국민경선의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나자 탈당한 뒤 무소속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때도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이 유지됐다.

  그런 그가 ‘박근혜 지지’ 가능성을 흘리자 민주통합당은 긴장했다. 전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도 박 의원과의 통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지난 9일 중앙일보의 14차 여론조사에서 호남은 박 후보 지지율이 14.7%(13차 13.3%)로 나타났다. 두 자릿수 지지율은 역대와 비교해도 새누리당 후보로선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도 안철수씨의 지지 선언 이후 70.9%에서 75.4%로 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의원 측은 이날 논란이 확산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박 의원이 10일 박근혜 후보 지지 회견을 하리라는 새누리당 측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박 의원이 친정인 민주당에 복당을 위한 시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몸값을 올리려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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