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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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옛날-이라야 한 세대전만 해도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다녔는데, 요즘은 집에 돈이 없고 일찍부터 가정교사 신세를 지지 못하면 원서를 내고도 수험표 구경조차 못하게 됐다. 하기야 옛날에도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지나치게 가난하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학교에 다녀야 출세하는 것만은 아니고, 학교 문턱을 넘어보지 못한 사람이 오히려 무서운 인내와 의지력을 발휘해서 대성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링컨」이 그 예이다.
학교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저능아로 취급되어서 마침내는 학교를 쫓겨나야했던 위인들도 있다. 천재와 바보는 백지 한 장의 차이-. 「멘틀·테스트」니, IQ니 하는 것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신동이 백치로 오인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음악·신학·의학 세가지 박사 학위를 따고, 이젠 성인으로 온 세계의 추앙을 받는 「슈바이쩌」도 어릴땐 저능아 소릴 들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제일 알기쉬운 예는 발명왕 「에디슨」이다. 선생의 귀염을 독차지하는 이른바 우등생이 후에 반드시 일등시민이 되는것은 아니다.
집에 돈도 있고, 가문도 좋아서 제대로 학교에 들어가긴 했는데, 그 다음 공부가 시원치 않아서 낙제의 고배를 마시고도, 자라서 나라의 대재상이 된 예는 유명한「처칠」경. 소년 「처칠」은 당시의 고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생각되던 「라틴」어와 수학성적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권문의 자제들이 모이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 올라갈 엄두도 못내고 가까스로 육사에 들어갔다. 「처칠」의 곡절많은 학력이 주는 교훈은, 중요과목은 못해도 한 두가지 뛰어나게 잘하는 과목이 있었다는 것. 영어와 역사가 그것이었는데, 장성해서 대문장가가 되고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중학입시를 치르는 나이에 일생의 성패를 좌우할 판가름을 짓는다는 것은 가혹하기도 하고, 만성할 대기들에겐 심히 불합리한 제도이다. 그러나 대기는 제도의 불합리를 뚫고 만성하는 법. 입시합격을 떼어놓은 당상으로 잘못알고 너무 좋아하지 말고, 떨어졌다고 낙담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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