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추운 겨울 날씨, 당뇨환자 혈압관리에 ‘경고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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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병원 내분비내과
박형규 교수

차가운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가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실내 외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신체가 급격한 기온 차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기온 변화가 심하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하는데, 이 때 만성질환자는 중풍이나 심근경색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 있으면 당뇨병을 앓지 않는 경우에 비해 고혈압이 생기기 쉽다. 또 혈관에 단백질이나 지방질이 달라 붙어 혈액 흐름을 방해하고 콩팥의 사구체가 손상되면서 콩팥기능이 저하되어 합병증이 유발된다. 특히 고지혈증, 단백뇨, 만성 콩팥병, 흡연 등 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동반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합병증 진행 속도가 일반 고혈압 환자 보다 빠르기 때문에 꾸준한 약물치료로 혈압을 관리해야 심근경색, 뇌졸중,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콩팥질환 등의 2차 합병증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때문에 당뇨병에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를 진료할 때는 합병증 예방과 관리를 고려하여 고혈압 약제를 선택한다.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콩팥기능 저하 등 합병증에 대비하고자 할 때는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ARB) 계열의 치료제가 효과적인데, 이러한 약제 중 하나인 로자탄 성분 치료제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혈압 강하 효과뿐만 아니라 당뇨병 환자의 콩팥질환 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다.

당뇨병은 환자가 치료 의지를 갖고 꾸준한 자기관리를 실행한다면 충분히 다스릴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런데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는 환자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의약품 복약순응 현황 및 정책과제’를 통해 당뇨환자의 15.1%, 고혈압환자의 13.7%가 정해진 방법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모두 80% 이상이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라고 답했다. 이러한 불규칙적인 약물 복용은 환자에게 더없이 위험하다. 또한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의 조절율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다.

진료를 하다 보면 보통 엄격한 식단조절과 규칙적인 약물 복용을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게 된다. 혈당 수치에 일희일비 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당뇨병은 관리하는 것이지 질병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규칙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식단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인생의 주체가 되어 건강하고 밝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질병을 넘어서 인생을 건강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해법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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