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외국 환자에게 신뢰 얻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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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009년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 2011년 11만 명을 넘었다. 2015년에는 30만 명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관광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2015년이면 LCD TV 54만 대, 중형승용차 3만5000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을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미 의료관광산업을 17대 신성장 동력산업의 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환자의 70% 이상이 종합병원급 이상의 병원을 이용했다. 개인의원급의 경우 소폭 늘긴 했으나 전체의 20% 미만이었다. 외국인 환자는 대부분 종합병원급 이상으로 편중 유치되고 있다.

 성형외과·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뛰어난 의료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단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외국 환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의원급이라도 의료법인(개인이 아닌 법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면 외국인 환자의 신뢰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이 의료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인은 의료 취약지역에서 설립할 수 있고 의료법인 소유의 부동산을 출연해야 한다’는 허가기준을 들어 거부했다고 한다.

 싱가포르·태국·인도 등 의료관광 선도국은 의료부문 관세·법인세 감면, 외국인 진료수입에 대한 세제혜택 등 지원이 다양하다. 한국 정부는 2002년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송도 지역 등에 투자개방형 병원(소위 ‘영리병원’)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10년째 아무런 성과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의료관광 강국들과 경쟁하려면 의료법인 허가제도라도 개선해 줘야 한다. 그럴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서 더욱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의료관광산업이 정부의 기대대로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이는 필수적이다.

최청희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