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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한도 협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8일 내한한 IMF(국제통화기금) 의「사부카」극동국장 및「아렌스돌프」극동과장을 맞아 정부는 경제계의 큰 관심사로 제기되고있는 총 여신한도 협약액 8백 55억원의 재수정교섭이 착수되었다.
환율 안정기금으로 쓰기 위한 9백 30만불의 IMF차관 조건인 총 여신한도가 당초 7백 93억원에서 8백 55억원으로 수정된 것이 1개월여에 불과하다.
그것도 1백여 개국이 참석하는 20차 IMF총회에서 몹시도 힘겨운 교섭 결과 겨우 양해된 협약이었고 그 총회에서 IMF회원국들로부터 모처럼 한국의 자조 노력과 경제성장의 전망을 인정받아 IMF 4개 자매 금융기관에서 광범하게 「대한 투자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는 이때에 그 이유야 어쨌든 「협약위반」이란 결과를 빚어냈다는 사실은 대외 신용 상 큰 흠이 된 셈이다.
정부가 금리 현실화를 단행하는 제1차적인 목적이 「저축증가」에 있음을 상도할때 저축증가에 대응하는 대출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지극히 짧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기에 대 「유솜」과의 재정안정계획협약에서는 장기저축 증가범위 내에서의 대출증가를 인정하였던 것이 아닌가-.
문제는 정부가 대 IMF와 「유솜」에 대한 이원적인 협약이 서로 성격상 상반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귀착된다. IMF와의 총 여신한도 협약에는 예금 증가율이 아무리 높다해도 그 뒤에 오는 자금 경색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출증가의 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논리상의 모순성을 내포한 듯하다.
요컨대「유솜」과의 협약상에는 예금증가에 대응하는 대출증가를 허용하고 있으나 IMF와의 협약에는 예금이 파격적으로 늘어나더라도 거기에 대응하는 대출증대는 사전양해가 없는 한 8백 55억원 초과를 인정 할 수 없게 되어있는 것이고 보니 정부의 이러한 협약은 금리현실화의 성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전망력 없는 협약」을 맺은 우를 저지른 격이 된다.
그런데 정부는 금리현실화 이후 연말까지 약 50억원의 예금증가를 예상했으나 그 내용상에는 여러가지 불건전성이 잠재되었다 하더라도 표면상 11월 20일 현재 71억원의 지축성 예금이 늘었고 연말까지 1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예금증가가 IMF에 대한「협약 재수정의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긴 하나 문제는 그렇게 팽대한 예금가운데 3개월 만기분이 40%를 넘는 33억 4천 3백만원 (11월 20일 현재)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공급에 비해 과대하게 작용하는 자금수요의 현 여건 하에서는 이미 예금을 견질로 대출된 자금은 비록 연체금리를 물더라도 회수되지 않는 속성임에 반해 비중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3개월 짜리의 예금 증가분은 연말을 지나면 대부분이 인출되지 않을 수 없는 경제추세임을 생각하면, 이미 대출증가분과 3개월 만기분이 내년 초에는 함께 유동하여 통화량의 급격한 증가를 빚어낼 우려가 앞세워지고 있다는 것이 대 IMF교섭상의 논란점이 될 것 같다.
결과적으로 금리개혁이란 대과업을 치르는 정부가 불과 1개월 이후의 사태 진전도 예견치못하고 국가신용을 훼손시키면서 협약 재수정의 번거로운 시달림을 받아야 하는「무능」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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