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내셔널리즘」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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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학생활의 단층면을 나타내는 대학축제가 변모하고있어 주목된다. 「서울대학 향토개척단」 19일 동 대학 교정에서 연 제3회 「향토의식 초혼 굿」은 농촌운동과 민족주의를 전통적 양식으로 표현하였다. 대학제라면 유행가수 「캄보·벤드」를 불러놓고 「맘보」「트위스트」 추는 것으로 알던 지난날의 풍조가 사라지고, 한국 고유의 예술양식을 추구하여 문화적 「내셔널리즘」을 선양하려고 하는 노력이 뚜렷하다. 「샤머니즘」색채 짙은 「농신제」를 올리고, 「흥부전」을 탈춤으로 각색한 『야 이놈 놀부야!』를 교정에서 상연했는데 이것은 성황제를 올리고 가면극을 하던 전래의 순서를 재현시킨 것이다.
바가지에 종이를 이겨 붙여 만든 가면은 서양 미술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으나, 「흥부」는 하회가면극의 「양반」에서 「마당쇠」는 오광대의 「말뚝이」에서 본떠, 우리 전래의 가면의 면모를 지니고있다.
수농신을 추대하는 의식에서 격렬한 현실 고발과 민족주의의 선양, 불굴의 의지를 나타냈다.
『야 이놈 놀부야!』는 이조사회의 모순을 현재의 상황과의 관련에서 부각시켜 현실을 비판한 풍자극이다. 마지막에 「녹두장군」이 나타나 심판하는 것이 암시적이다.
대학제가 부박한 풍조를 일소하고 우리의 현실과 전통에 굳건한 뿌리를 박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경하할 일이다. 문제는 이제부터 어떻게 그것을 예술적으로 순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대학생의 이러한 노력이 진부한 복고조나 폐쇄적 「쇼비니즘」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모두 힘쓰고 성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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