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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김장하라더니 … 폭설로 배추값 하루 새 22%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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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6일 서울 가락시장에 이날 판매될 배추가 쌓여 있다. 전날 폭설로 반입량이 줄어든 배추는 도매가 기준으로 하루 만에 22% 올랐다. [강정현 기자]

서울 상암동의 주부 박성희(54)씨는 김장을 이달 중순으로 미뤄놨다. 지난달 한 대형마트에서 한 포기에 1200원 하던 예약판매도 신청하지 않았다. 배추값이 12월 들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발표를 보고 김장을 미룰수록 이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는 “김장을 늦춘 바람에 돈이 더 들게 생겼다”며 후회했다. 6일 이 대형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는 2200원이다. 20포기를 담가야 하는데 배추값으로만 4만4000원을 쓰게 생겼다. 예약판매로 구매했으면 절반 수준인 2만4000원으로 김장을 할 수 있었다.

 안정될 것 같던 배추값이 폭설·한파에 급등했다. 특히 경기·강원지역 적설량 7~11㎝를 기록한 5일 이후 값이 많이 올랐다. 가락시장 도매가는 10㎏ 상등급이 5일 7579원에서 6일 9250원으로 22% 올랐다. 지난주에 비해서도 16% 인상된 값이다. 지난해(2521원)에 비해서는 3.6배 올랐다.

 기획재정부·농림수산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배추 가격이 12월 들어 안정된다고 내다봤다. 올해 여름 태풍의 영향으로 김장배추의 정식(묘목을 옮겨 심는 것)이 7~10일 늦어졌고, 수확시기도 미뤄질 것으로 전망해서다. 이 때문에 11월에 사전 비축한 배추·무를 집중 공급하면 12월 들어 값이 떨어질 수 있단 계산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국에 걸친 폭설이 예고돼 있는 만큼 배추값은 한동안 내려오지 않을 전망이다. 이마트 채소팀 장희성 바이어는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더 공급하기로 했던 배추 물량 중 10~20%가 날씨 때문에 정상 공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울수록 배추 속이 여물지 않아 공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을 미뤄놨던 사람들뿐 아니라 다소 김장을 늦게 하는 남부 지방 소비자도 있어 수요도 아직 남았기 때문에 배추값이 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추만 오르는 게 아니다. 6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하루 만에 10% 이상 가락시장 도매가격이 오른 채소는 총 354종 중 93종으로 26%였다. 5일(43종)에 비해 크게 늘었고 특히 양배추(73%)·상추(55%)·단호박(51%) 값이 올랐다. 또 도매가격이 대형마트 판매가에 반영되는 데에는 보통 10일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폭설의 영향은 이달 중순 이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정부는 배추값 급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김완수 농림수산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도매가격 인상은 작업·수송 차질로 가락시장 반입량(평소 1일 1000t 이상, 오늘은 772t)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소매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설에 ‘반짝 장사’도=많은 눈으로 일부 상품 판매는 불티가 났다. 대형마트·편의점에서 폭설 대비용 상품이 많이 팔린 것. 이마트에서는 5일 자동차 스노체인이 눈이 오지 않았던 지난해 같은 날보다 30배 많이 팔렸다. 장화는 8배, 우산은 7.8배, 현관매트는 6.5배 판매가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는 문풍지가 많이 팔려 1~4일 매출이 지난해의 두 배로 늘었다.

 반면 편의점은 눈길 퇴근족 덕을 봤다. 세븐일레븐이 서울·부산의 지하철 역사 내에서 운영하는 137개 매장이 대표적이다. 지난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매출은 평균 20.3%, 점포를 방문한 고객수는 18% 올랐다. 눈을 급하게 피하려는 고객이 많아 CU에서는 우산 매출이 두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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