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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교육의 힘 … 학교폭력 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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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달 29일 아침 경기도 파주시 문산여고 교문. 권혁정 학생생활인권부장과 이지현·조원왕 교사(오른쪽부터)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미소로 맞으며 털장갑을 선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9일 아침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봉서리의 문산여고 교문.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 남녀 교사 3명이 교문 앞에 나와 있었다. 학생들이 등교하자 이들 교사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학생들도 두 손을 모은 채 허리를 굽혀 “안녕하세요”라고 답례했다.

 권혁정(46) 교사가 한 학생을 불렀다. “손이 시리겠구나”하며 털장갑을 손에 끼워줬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학생은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1∼2학년생 4명도 교문에서 팻말을 들고 친구들을 맞이했다. 팻말에는 ‘단정한 교복 빛나는 학생’ ‘바른 교복이 내 성품’ ‘나부터 바르게’라고 씌어 있었다. 문산여고의 등굣길 교문맞이 풍경이다. 이 행사는 올 3월 초 시작됐다. 학생들의 복장, 두발 상태, 인사예절 등을 등굣길 교문에서부터 가르치자는 취지였다.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교문지도가 없어지면서 약화된 학생지도 활동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교문 인사 운동은 과거 교사와 선도부 학생이 교문에 나와 고압적인 분위기로 지도하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권혁정 학생생활인권부장은 “등굣길 교문에서부터 미소와 친절한 인사로 맞이하면서 학생들의 교내 생활이 모범적으로 바뀌고 학교생활 만족도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문산여고가 독창적인 방법으로 인성교육을 강화해 명문고로 변신해 가는 교육실험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학교 인성교육의 주안점은 눈높이 교육과 소통, 웃음이다. 친절과 배려에 바탕을 둔 자치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밝은 분위기에서 스스로 변해 가도록 이끌고 있다.

 ‘또래상담 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상담전문 교사로부터 상담방법을 배운 1∼2학년생 14명이 친구들의 고민거리를 상담해 주는 것이다. 상담사로 활동 중인 정연주(16·1학년)양은 “친구들이 제 얘기를 듣고 그대로 해본 뒤 효과를 봤다며 좋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친구를 따뜻이 껴안아 주는 ‘프리허그 데이’나 ‘스마일 데이’도 있다. 스마일 데이는 사진전·코스프레·이벤트 등을 통해 친구끼리 웃음을 나누는 날이다. 친구에게 카드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친구사랑의 날’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학교 측은 올 3월부터 세계시민교육과 봉사활동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협력학교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이 단체와 함께 기아체험, 세계시민교육,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 해외자원 봉사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김정수(56) 교장은 “올 들어 인성교육을 강화하면서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폭행, 금품갈취 등의 학교폭력 사건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학업성적도 많이 나아졌다”고 전했다.

 문산여고는 2010년과 2011년, 농촌학교로서는 드물게 4년제 대학 진학률 60%를 2년 연속 기록했다.

 한편 문산여고는 올해 교과부가 주관하는 자율형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3년 동안 1억6000여만원을 들여 학생 맞춤식 교육, 융합형 체험 학습, 학부모 및 지역사회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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