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부평공장 표정]

중앙일보

입력

대우차 채권단과 미국 GM은 21일 양해각서를 체결,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대우차 부평공장 구성원들은 각기 GM합류와 비합류라는 희비가 교차해서인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공장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시한부 삶'이라는 불투명한 미래가 그들의 코 앞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낮 점심시간을 맞은 대우차 부평공장 직원들은 작업장을 떠나 제1식당과 제2식당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를 했지만 얼굴엔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대부분 말없이 식당으로 들어선 직원들은 배식구에서 음식을 타 식탁에 앉아 묵묵히 식사를 하는 모습이어서 식당 안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곧 바로 작업장으로 돌아갔으나 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 작업장 근처 잔디밭이나 인도에 모여 회사의 앞날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벌이고 있었다.

또 일부 직원들은 족구장에 모여 족구를 하고 있었으나 평소처럼 고함을 치거나 큰 소리를 내며 웃는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

한편 GM측으로 합류가 결정된 부서의 직원들은 합류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미안한 듯 어색한 표정으로 식사를 마치고 곧장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다.

대우차 입사 15년째인 조립 2부 연제익(43)씨는 "연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같은 결과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앞날이 캄캄하다"며 "같은 공장안에서 누구는 가고 누군 못가고 하는 것 때문에 더욱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대우차 전체를 거의 부평공장이 먹여살려왔는데 이런 대접을 받게돼 너무 서운하다"며 연방 담배만 피워댔다.

조립2부 작업장은 점심시간이라 멈춰서 있는 생산 라인에는 직원들의 착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 어두운 조명 아래 차디찬 금속 엔진들이 일렬로 길게 정지한 채로 늘어서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품질관리 2부 이재복(45)씨는 "정부가 GM측과 협상한 내용인지라 믿기가 어렵다"며 "내년 대선이 끝나면 이번 약속은 흐지부지될 것이고 부평공장도 자연스럽게 고사하는게 아니냐"는 극도의 불신감을 표출했다.

이같은 부정적인 견해와는 달리 이번 위탁경영에 대해 희망론을 펴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회사 모 간부는 "인수업체가 인수대상업체의 간부진부터 인사조치하는 것이 통상의 관례"라며 "이와 달리 GM의 조치는 현 경영진과 함께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약속인 것으로 미뤄 부평공장의 장래는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GM측이 본사를 부평공장으로 한다는 방침은 달리 해석하면 부평공장을 단순히 위탁 생산만 하는 곳이 아닌 경영의 본산으로 삼는다고 봐야 한다"며 "대우차 전체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곳이 부평공장이 된다면 차후 부평공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인천=연합뉴스) 이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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