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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평화적 정권교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마카파갈]현대통령이 아직 공식적으로 패배를 자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리핀]의 정권교체가 머지않아 평화적으로 이룩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거의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또한 우리의 희망으로서도 [아시아]에서 유수한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록을 갖는 [필리핀]은 이 문제에 있어서 행여나 오욕을 후대에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외신이 전하는바에 의하면 [마카파갈]대통령이 패배를 자인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개표가 완전히 끝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당부통령의 당선을 바라는 일종의 정치적 포석으로 취해진 태도라고 해석하는 측도 있다하거니와, 우리도 바로 그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 새삼스럽게 정치적 격동이 일고, 민주주의의 심판에 대한 거역의 사태가 만약 불행하게도 일어난다면 그것은 곧 [필리핀]의 값있는 민주주의발전의 역사를 욕되게 할뿐인 때문이다.
지난 9일, 육군에 의한 [적색경계령]속에 1천50만 유권자들이 선거에 임했던 비율빈의 총선이 이와 같이 개표에 있어서 여러 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이 나라의 국토구성이 대소 2백여개를 헤아리는 도서(그것도 무인도까지 합치면 7천여개)로 되어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며 또 그 집계에 불가피하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정·부통령뿐 아니라 상원24석 중의 3분의1인 8석과 하원1백4석이 동시에 개·선출되는 것이므로 자연히 더 복잡해졌다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 발생한 정쟁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정치적 살인을 포함하여 50명 이상에 달하고있는 것만 본다면 선거자체는 그다지 풍파가 없었다 할 수가 없다.
하나 그 정도의 회생이 동반되었다곤 하지만, 이것이 지난 어느 선거 때보다 평온한 선거분위기였다고 오히려 자위하고있는 특이한 [필리핀]의 선거풍경일진대 이 사실이 [필리핀]의 평화적 정권교체에 크게 저해하리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더구나 여당인 자유당의 [마카파갈]대통령후보를 [리드]하고있는 야당인 국민당의 [마르코스]대통령후보는 현재 비록 공식집계발표가 없고 [민다나오]도 같은 일부지역에서 계표가 중단되고 있다곤 하지만, 그 표의 격차가 60만표 이상을 나타내고있기 때문에 선거는 이미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동시에 정권이 여당인 자유당으로부터 야당인 국민당으로 옮겨지리라 하는 것은 이제 움직일 수 없는 기성사실로 보아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리핀]에서 문제될 것은 근소한 차이로 [리드]당하고 있는 여당 부통령후보의 최종적인 당락결과뿐인 것이다.
앞에서도 누누이 지적한 것처럼 대세는 이미 판별되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필리핀]이 평화적 정권교체의 빛나는 전통을 계속 유지하느냐 못하느냐하는 것뿐이다. [아시아]라는 지역적 공통성과 신생민주주의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필리핀]에 우리가 거듭 바라는 것은 싫건 좋건 민주주의의 심판에는 엄숙하게 머리를 숙여야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원색적인 감정을 초월하는 그런 용기야말로 민주주의를 성립시키는 제1차적 조건이며 이 조건의 고수·성취에 있어서 [필리핀]국민이 다시금 좋은 전통을 세워줄 것에 우리는 큰 기대를 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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