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후 주택시장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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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어떻게 될까. 요즘 투자자들의 공통된 질문이다.

그만큼 집값 전망을 점치기가 어렵다는 증거다. 이런 터에 미국 테러참사가 터졌다. 이번 사건이 국내 주택시장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도 새로운 관심사다.

올들어 집값은 서울 강남 중소형 및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7월부터는 그간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으로 상승세가 퍼졌다. 그러나 지난달 집값의 상승탄력은 약해졌다.

특히 집값 상승 진원지였던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는 거래가 급감하며 호가가 낮아지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국 테러참사 이후에는 열기가 다소 식는 분위기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주택시장은 조정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조정이 추가 상승을 위한 숨고르기인지, 가격 하락을 예고하는 것이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집값은 저금리보다 경기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미국 테러사건은 심리적인 불안 외에 국내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외부 변수보다는 시장 내부 요인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경기 움직임이다. 그간의 집값 상승은 정부의 부양책과 저금리가 만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재료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이제는 경기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진다면 집값도 더이상 오르기 힘들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 목표치(4~5%)에 못미치는 3.8%와 3.6%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대 성장 전망을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경제 침체로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시장만 따로 움직이기 어렵다" 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강남 재건축단지 등 거품가격이 형성된 곳은 급락할 수도 있다" 고 진단했다.

반면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주택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적어도 2010년은 돼야 집값이 안정될 것" 이라며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내릴 때 구입하는 게 낫다" 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실시한 인터넷 설문결과 응답자의 64%는 "연말까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 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집값이 너무 올라 주택구입을 늦추겠다는 대답이 31%나 돼 집을 적극적으로 구입하는데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매매와 달리 전세난은 연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 다만 가을 이사철을 고비로 최악의 국면은 벗어난 모습이다. 전셋값의 오름세가 무뎌지고 월세 물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택시장의 주도권은 재건축에서 신규 분양아파트 쪽으로 넘어갈 것 같다. 변수가 많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재건축보다는 투자자금의 회수가 빠른 신규 분양으로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평형은 여전히 20~30평대가 주도할 전망이다. 다만 중소형 평형이라면 분양가나 입지여건 등에 관계없이 '묻지마 투자' 에 가까웠던 그간의 투자행태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선착순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의 과열도 한풀 꺾일 것 같다.

성종수 기자 sjssof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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