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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드]식 궤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논리학 책에 나오는 전형적 궤변은 세상에 의사가 필요 없다는 얘기. 즉 사람이 병에 걸리면, 낫거나 죽거나 두가지중의 하나인데 의사를 댔다고 해서 불치의 병을 앓는 사람이 살아날리 없고, 결국 날 환자에게 의사를 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그런데 이런 종류의 궤변은 [소크라테스]의 덕택으로 그 마각이 드러난지 오래지만 얼른 들어서는 어디가 잘못 된지 알아낼 수 없고 잘못된 논리를 캐내고 보면, 오히려 애교가 있어서 재미있다. 또 그와 같은 궤변이 권력의 뒷받침을 얻어서 의과대학을 폐쇄하고, 양의·한의가 모조리 지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파국이 생길 가능성은 없으니까 무해무득이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궤변은 숫제 사실을 완전히 뒤집어서 엉뚱한 편견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자가의 고집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바로 어저께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원주민들을 영구히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나선 [로디지아]의 [스미드]수상의 말이 그 좋은 예이다. [스미드]의 억지 춘향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를 가장 잘 나타낸 대목은 [인류의 역사는 한 민족은 딴 민족과의 관계에서, 동등하고 독립된 지위를 누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독립해야겠다고 한 것이다. 독립해서 다수의 흑인들과 합심해서 새로운 자유국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줌도 안 되는 백인의 통치로써 나라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에게, 예속과 불평등을 영구히 강요하겠다는 것이니 논리치고는 허술한 논리이다.
이런식 궤변을 농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스미드]가 세계 여론과 인류 역사의 대세에 역행해서 독립을 선언하면, 영국으로서는 왕실에 대한 반역죄로 다스리겠다는 것을 처음부터 밝혔다. 반역죄에는 계속 사형이 적용된다. 설마 죽기 싫어서 한말은 아니겠지만, 영국에서 독립한 후에도 "여왕에게만은 충성하겠다"고 쉰 목소리로 방송했다. 궤변도 이 정도가 되면 억지 춘향, 어불성설, 적반하장 따위 표현이 오히려 적절치 않고, 분명한 정신착란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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