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가 격상 거부” … 보복 나선 이스라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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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유엔 지위 격상에 반발해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며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일(현지시간) 각료회의 자리에서 “유엔 총회의 (지위 격상) 결정을 거부한다”며 “앞으로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해가 달린 모든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인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에 이스라엘 주택 3000호를 건설하는 계획을 전격 승인했다. 바로 전날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로 격상시킨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정착촌 추가 건설은 서안의 북쪽과 남쪽을 갈라놓아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설을 방해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지난해 유네스코 가입에 성공했을 때도 보복 차원에서 새 정착촌 건설에 나선 바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징수한 세금 송금도 중단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유발 스타이니츠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의 지위 격상에 합당한 대응이 따를 것”이라며 “이달 대리 징수하는 세금을 송금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4년 파리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징수한 관세와 통행세 등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매달 송금해왔다. 하지만 양자 간 관계가 불편해질 때마다 송금을 여러 번 중단한 전례가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팔레스타인이 받지 못할 세금이 4억6000만 셰켈(약 1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착촌 건설 강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착촌 건설 강행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구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도발 행위를 자제하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의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EU는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불법이고 평화의 걸림돌이라고 누누이 밝혀왔다”며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영국·프랑스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는 등 주요국도 비난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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