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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사장·현지 무역관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보복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파키스탄과 사우디.UAE.이란.리비아.이집트.요르단.오만.쿠웨이트 및 이스라엘 등 10개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건설.무역.전자업체 지사장 및 현지 무역관장 등 10여 명을 16~17일 긴급 전화 인터뷰했다.

아프가니스탄에 인접한 파키스탄의 경우 미.일 기업은 거의 다 떠났으며, 우리 업체의 주재원.가족들은 항공로가 막힐 것에 대비해 버스를 타고 인도로 비상 탈출하는 계획까지 세우는 등 긴박한 분위기다.

그러나 다른 중동 국가의 진출업체들은 비상연락망을 점검하고, 유사시 대피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서울보다 더 평온하다" 고 전했다.

이들은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수출 항로가 끊기고 원유 도입도 중단될 수 밖에 없어 보복전 이후가 더 문제" 라고 우려했다. 이들이 전해온 중동 현지 상황을 나라별로 요약한다.

<급박한 파키스탄>

◇ 이종환 무역관장 (파키스탄 카라치) =현대종합상사.삼성물산.LG전자 등 3개 지사는 가족들을 17일 출국시킬 예정이다. 주재원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19일쯤 철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비행기편을 구하는 데 문제가 없으나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서방국 주재원들이 철수 준비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어 우리 공관도 항공편 확보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 다니고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전쟁 발발에 대비해 외화예금 인출러시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역관이나 대사관이 성급하게 움직이면 교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수가 있어 조심하고 있다. 카라치와 라호르에는 각각 1백여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다.

아직 카라치 시내는 겉으로는 차분하고 평온하지만 아프간 국경에 있는 이슬라마바드나 라호르에는 동요가 많다고 들었다.

라호르에 있는 교민들은 항공편을 구입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대우가 현지에서 운영중인 고속버스를 이용해 육로로 인도 쪽으로 대피하는 최후의 방안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

미쓰비시, 일본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일본계 기업들은 가족들이 모두 철수를 끝냈으며 IBM 등 미국계 기업들은 필수 요원을 제외한 직원과 가족들이 모두 파키스탄을 떠났다.

외국공관들은 보복공격 당일 공항이 폐쇄될 것으로 보고, 육로나 선박을 이용한 탈출을 준비 중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종교지도자를 만나 미국에 협조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으며, 곧 중국에도 양해를 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

◇ 고 준 삼성물산 지사장 (파키스탄 카라치) =시내는 평온한 상태다. 그러나 일요일부터 군인들이 더 많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어제 (17일) 새벽 방콕을 경유해 서울로 떠났다. 나도 19일 비행기편을 구해 놓았다. 상황을 봐 가며 떠날 예정이다.

현지 직원은 7명인데, 차분하게 일하고 있다. 미국이 파키스탄을 기지로 보복공격을 한다는 것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언제냐가 중요하다. 파키스탄에는 텔레반 지지세력들이 있고, 대부분 이슬람교도다. 그래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외국인에 대한 테러나 공격이 우려된다.

아프간 국경지대인 라호르나 이슬라마바드에 살던 미국인 등 외국인들이 카라치로 들어오고 있고, 이곳에서 다시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이 곳에 있는 외국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보복공격 이후에 불특정 이방인에 대한 과격 이슬람교도들의 테러다. 비행기표를 구입하지 못해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은 교민들도 많아 갈수록 표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군인들이 거리 곳곳에 배치돼 있지만 미국의 보복공격 이후에 있을 지도 모를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지가 미지수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파키스탄을 떠난다. 파키스탄 정부가 국민과 종교지도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전재유 LG전자 지사장 (파키스탄 카라치) =16일 저녁 총영사관에 교민과 지.상사 대표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18일 아침 비행기편으로 회사의 지시에 따라 가족들과 함께 출발할 예정이다. 가족들은 18일 두바이를 경유해 서울로 떠나지만 보복 공격이 늦어질 경우 직원들은 늦게 떠날 가능성도 있다.

보복 공격이 일어날 경우 과격 이슬람교도들에 의한 외국인의 테러 가능성이 우려된다. 파키스탄은 아프간과는 동일 민족.종교로 여러면에서 동질성을 가져왔다.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6명의 파키스탄 현지 직원들도 아프간에 대해 우호적이다.

파키스탄이 사우디.말레이시아와 함께 텔레반 정권을 지지하는 3대국의 하나여서 미국의 보복공격 이후 어떤 상황이 파키스탄 내에서 일어날 지 모른다. 미국계 지.상사 직원들은 최소한의 직원을 남겨두고 대부분 이미 파키스탄을 떠났으며, 아메리칸 스쿨은 문을 닫을 채비를 하고 있으며 교직원들도 철수했다는 말을 들었다.

◇ 김대남 제이디무역 사장 (파키스탄 카라치) =종합상사 등 지.상사는 직원과 가족들이 철수하고 있지만 오래 살았던 교민들은 대피해야 할 필요를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8년간 카라치에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한 위기상황도 있었다.

한국 본사가 너무 성급하게 철수 결정을 내리는 것 같다. 지.상사 직원들이 움직이니까 교민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신중하고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피혁봉재공장인 우리 회사에는 1백50여명의 현지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지.상사 사람들은 이미 떠났다.

그러나 파키스탄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다. 또 아프간이 고향인 파키스탄 사람들이 외국인을 테러할 능력이 되느냐도 의문이며, 카라치는 아프간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아프간이 대응 공격할 범위 밖에 있다.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보면 의외로 너무 평온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우리가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평온한 중동>

◇ 사우디 아라비아 (김경호 리야드 무역관장) =현재까지 특별한 상황은 없다. 문제는 미국의 보복전 이후다. 사우디는 친미적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좀 다른 면이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데 사건 초기부터 미국이 이슬람을 배후로 지목한 것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다. 그들은 '이번 테러는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 이라고 주장하면서 화제에 올리는 것 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만약 미국의 보복 작전이 아프간에 그치지 않고 이라크 등으로 확대되면 "미국을 위시한 기독교 국가들이 이슬람을 핍박한다" 는 반미 감정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종교전 양상으로 번지면 한국 업체들도 곤란해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보복 작전에 참가하는 것은 가급적 피했으면 한다. 사우디 현지 교역은 물론 전체 이슬람권과의 관계에 악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점을 현지진출 업체들은 가장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가 문제이자 변수다. 우리나라는 제발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크게 다루고는 있지만 아무 논평없이 사실만을 보도 하고 있다. 보도 태도도 '우리와는 무관하다' 는 자세다. 오사마 빈 라덴이 사우디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 사람은 사우디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쫓겨났으며, 국적도 박탈당한 인물이다.

이곳에는 한국기업은 건설, 무역업체 등 다 합쳐야 10개사도 안되는데다 오히려 서울보다 평온한 상태다. 현대건설.삼환.LG건설 등 건설업체가 나와 있으나 대부분 신규가 아닌 기존 발주분을 계속 공사하는 상태로서 리야드에 6백명 등 사우디 전체에 1천명 정도 교민이 있다. 대사관 주관으로 유사시 행동 계획은 만들었지만 이를 실행할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 거래나 건설 공사등도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사우디 정부가 여러개의 대규모 건설공사 등 공공프로젝트를 계획 또는 추진 중인데 사태가 번지면 이런 사업이 연기 또는 중단될 가능성은 있다. 또 사우디의 부호들이 미국 증시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이들이 상당한 손해를 보았을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 확인 된 것은 없다. 이런 정도를 제외하고는 평시와 별 다름없는 분위기다.

오히려 반미감정이 높아지면서 일본과 우리나라 등 동양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우리도 이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서울의 코트라 본부에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 는 훈령을 받았으며 대사관 중심으로 각 교민 가정을 연결하는 비상연락망도 다시 점검해놓았다. 이곳은 금요일이 일요일인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지난 금요일에도 출근했었다. 따라서 고국에서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된다.

기름값이 오를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걸프전 때와는 양상이 좀 다르다. 당시엔 사우디.쿠웨이트.이라크 등 산유국들이 전쟁터였고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에 유가가 폭등했었다. 지금은 아프칸이 타켓이 되고 있는데 산유국은 아니다. 또 사우디는 고유가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유가가 널뛰면 자금 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그래서 배럴당 25달러 유지를 목표로 산유량을 계속 조절하고 있다. 따라서 사우디가 직접 보복전쟁의 영향권에 들어가지 않는한 국제 유가의 완충역을 할 것이다.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무역관 염승만 과장) =1백여개 한국 지.상사가 있어 '중동의 홍콩' 으로 불리는 이 곳은 현재 한국서 생각하는 것만큼 급박하지 않다. 달러인출 사태 등도 심하지 않고 비행기 운항도 평소와 다름 없다.

길거리에 군인도 안 보인다. 자녀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비즈니스도 아무 차질 없다. 한국, 미국, 유럽등 50여개국 화장품 업체들이 참가할 9월 23~25일의 '걸프 뷰티' 국제박람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다만 걸프만이 봉쇄되면 물량 수송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현지 바이어들이 한국등 외국 제품 수입 주문을 중단하기 시작한 게 걱정이다.

일본 업체는 한 두곳씩 철수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우린 아직 이런 계획은 없다. 대사관이 아부다비에 있고 이 곳엔 영사관도 없어 만약의 사태 벌어지면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으므로 아부다비 대사관과 긴밀한 연락 체제를 구축했다. 매일 통화하고 있으며 대사관 주재로 신변안전 유의책도 세워놓았다.

◇ 이스라엘 (현대종합상사 김기섭 텔아비브 사무소장) =현지 정부는 12일을 '애도의 날' 로 정해 조기를 달고 국가비상협의회도 가동하며 아랍국가들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가지 분위기는 테러 전보다 더 조용하다.

지난해 이후 가자 지구 등 팔레스타인 접경 지대에서 총격전이 수시로 벌어졌고 팔레스타인의 자살 테러 등이 시내에서 한달에도 몇 차례씩 벌어졌었는데 이번 사건후 싹 잠잠해졌다. 팔레스타인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굉장히 자제하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이 기회를 이용해 팔레스타인의 테러 거점을 점거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무역 거래는 전보다 더 잘된다. 자동차, 휴대폰, 발전 설비등 우리 회사는 올해 이스라엘에서만 2억달러 수출하는데 현재 비즈니스에 아무 문제 없다.

다만 인근 아랍국가들이 보복전후 총구를 이스라엘로 돌리는 것이 우려되나 현재로선 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아무든 대비는 해야 하니 삼성전자, LG전선, 대우등 지사 사람들과 매일 만나 의논한다. 대사관은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쉬는 날에도 다 출근하고 있다.

◇ 이란 (테헤란 무역관 강신학 관장) =아주 평온하다. 현지 언론은 논평없이 AFP, 로이터등 통신 기사를 인용해 사실만 보도하고 있다. 이란 정부도 이번 사태에 유감과 애도를 표시했다. 같은 이슬람이지만 아프간과는 여러가지로 다르다.

국내 업체는 18개 지.상사가 있다. 철수 계획은 아직 없고 관망 중이다. 직접 영향이 없다면 철수할 필요가 없는데, 영향 받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사태 추이를 그때 그때 파악하기 어려워 약간 불안하긴 하다. 현지 지.상사협의회서 은행 업무에 조심하고 여행 자제하자고 논의했다. 비상연락망도 다시 확인했다.

미국이 보복전을 감행했을 때 이란이 직접 반격 등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일반 국민은 "미국이 이스라엘만 싸고 돈다" 는 생각을 하지만 이를 잘 드러내진 않는다.

이란은 우리에게 있어서 중동 최대의 시장이다. 두바이로 간 물량의 40%가 이란으로 재수출된다. 이란과의 교역액이 작년 38억달러 (수출 14억달러, 수입 24억달러) 로 한국이 일본에 이어 이란 제2의 교역상대국이다. 지난 금요일은 쉬는 날인데도 출근했다.

원유 도입이 가장 큰 문제다. 수입액의 90%가 원유인데 호르무즈해협이 군사작전으로 봉쇄되면 수송할 방법이 없다.

◇ 리비아 (강용득 현대건설 현지법인장) =현재까지는 매우 평온하다. 시가지 분위기도 조용하며, 평시나 전혀 다름이 없다. 유일하게 다른 것은 스위스 항공이 일시적으로 취항을 중단한 정도다.

그 배경을 궁금해하고 있다. 리비아에는 동아.대우.현대 등 3개 건설업체와 무역업체 등에서 일하는 한국 교민 1천명 정도가 있다. 테러사건 이후 대사관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취하고 있다. 몇 개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이에 따른 대응책들을 이미 세운 상태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미래는 알 수 없으므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분산 계획도 만들었고 비상연락망도 짜 놓았다.

일요일 오후 4시 (한국 시간 일요일 밤)에는 대사관 주재로 현지진출 업체 대표자 회의도 가졌다. 대사관 측은 무엇보다 시가지 출입을 자제하는 등 신변 안전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대부분 교민이 건설업체 직원들인데다 시내가 아닌 사막에 공사 현장이 있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일본.유럽 업체들도 철수 등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테러가 나자마자 애도의 뜻을 표하는 성명을 내는 등 미국에 매우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리비아가 연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현지에선 보고 있다.

◇ 이집트 (박한수 카이로 무역관 차장) =사태를 관망하고 있으며, 정상 근무 중이다. 대사관 지침에 따라 각 지역.업체별로 비상 대책반을 구성할 예정이다. 교민과 주재원은 모두 8백95명, 진출 기업은 삼성물산.삼성전자.엘지전자.대우자동차 현대자동차 등 26개사다.

단기적으로는 수출입 화물의 이동에 애로 사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어들의 한국이나, 이집트행 등이 크게 줄어 결국 이집트로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본국의 비즈니스맨들이 출장을 이집트로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 전화가 자주 온다. 특히 이란.파키스탄 등의 교민들이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이집트로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이집트에 대한항공 직항편 2편이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로 오는 한국 관광객 발길도 뚝 끊겼다.

◇ 요르단 (오세광 암만 무역관장) =차분하다. 교민과 주재원 1백40여명이 있으나 평온한 상태다. 걱정은 이라크에 있는 교민 12명이다.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출길이 막힐 것에 대비해 기존 수출대금 중 미수금이 얼마인지 파악 중이다. 선적 준비 중이거나 선적한 화물들의 이라크행도 중지할 계획이다.

직원이나 교민들의 출장행을 최대한 자제시키고 있다. 한국의 대 요르단 수출액은 7월말 현재 1억4백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나 늘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줄어들까 걱정이다. 공관은 과격 무슬람 교도들의 테러가 걱정이 돼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가지 말고, 외출도 줄이게 하고 있다. 또 주재원들이나 교민간의 비상연락망을 가동,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 오만 (윤강덕 무스카트 무역관장) =오만은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하기로 했기 때문에 보복 폭격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 같다. 두바이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소하르항만 공사에 나와 있는 기술자 40여명과 교민.주재원 등 20여명을 포함, 한국인은 모두 60여명이 있다.

소하르 항만공사의 경우 월 별로 공사 대금을 오만 정부로부터 받기 때문에 돈을 떼일 염려는 없다. 또 공사 현장이 폭격을 받거나 할 염려도 없는 듯 하다.

한국의 대 오만 수출액 중 60%를 차지하는 가전.자동차의 구매가 주춤하고 있다. 번화가에 있는 자동차 쇼룸의 경우 20~30%씩 줄고 있는 게 전조다.

◇ 요르단 관장이 전하는 이락크 교민 현황 = 이라크에는 대우 (주) 와 현대건설이 있다. 대우는 요르단에 있는 주재원이 일이 있을 때마다 출장 가 커버하고 있으며, 현대건설은 현지 여자와 결혼한 한국인이 현지 채용돼 있다. 또 유학 온 한국 한가족, UN기관에서 판견된 사람들을 포함해 모두 12명이 살고 있다.

◇ 쿠웨이트 (권오식 현대건설 연락사무소 부장) =평온하다. 시내 미국인 등 외국인 집단 거주지역인 살와 살미야 등지와 정유시설을 포함한 중요 시설에 장갑차.경비병이 배치되는 등 보안이 대폭 강화된 것 외에는 외형상 특기할만한 게 없다.

현대의 경우 지사에 주재원 3명, 건설 현장 5곳에 1백50여명의 근로자들이 있다. 미국의 보복 폭격의 불똥이 쿠웨이트까지 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가상해 대사관과 협조, 피난 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다른 중동국가까지 보복 공격을 하면 외국인들의 출입국 제한이 가해질 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전혀 동요가 없다.

민병관.박방주.김동섭 기자 minb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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