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앞이 안보인다"-경영계획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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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SK등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 테러사태로 전쟁위기가 고조되면서 경제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자 올 하반기 및 내년도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특히 유가와 환율 불안이 가시화되자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번 사태로 기존의 경영계획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계열사별로 유동성 확보와 자재수급 안정화 등을 통해 경영환경의 지속적인 악화에 대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은 특히 올해 내부 유보액의 80%까지 투자하도록 했던 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년에도 같은 수준으로 유지토록 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수적인 내년도 경영계획 기본지침을 최근 각 계열사에 전달했으나 이번 사태로 내년도 경영계획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 지침에서 부채비율 200% 이상인 기업은 내부 유보액의 50% 이내에서만 투자토록 하고 부채비율 100% 이상인 기업은 부채규모를 10% 이상 줄이도록 하는한편 인건비 총액도 올해 수준을 유지토록 했다.

LG는 하반기 경영계획의 지표로 삼았던 환율과 유가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계열사별로 긴축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원자자가격의 상승에 대비한 비상경영을 준비중이다.

LG 관계자는 "내년에도 현금흐름을 중시하고 내실을 강조하는 경영계획이 유지될 전망이나 지금같이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예년같으면 10월,11월께 마련하는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K도 이번 사태로 인한 유가와 환율불안이 주력 계열사인 SK㈜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중장기적인 경영계획 수립보다는 경영환경의 급변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SK 관계자는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으로 볼 때 기존의 경영계획에 의존하기보다는 발빠른 대응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며 "현상태에서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이번 사태로 최대시장인 미국의 자동차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며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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