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유가 그리웠다|북괴해군대위 극적 귀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한괴뢰 해군작전장교 이필은대위(33=북괴해군사령부 해주제7해군기지 1630부대 참모부 작전과 소속)가 1일 새벽 l시 황해도 부포항을 떠나 소형전마선을 타고 서해연평도근해로 넘어와 자유대한의 품에 안겼다. 괴뢰해군장교가 귀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대위는 1일 새벽1시 부포를 떠난 뒤 9시간동안이나 짙은 안개속에서 거센 파도와 싸우며 항해를 계속, 이날 상오 10시쯤 연평도 서북방 휴전선 근해에서 우리 해군쾌속정 F35호정(정장 문득봉준위외 승조원 6명)에 구출되어 이날 밤 8시쯤 인천항에 무사히 들어왔다.
그는 권총 한 자루와 수류탄 1개 그리고 괴뢰해군의 기밀문서가 든 손가방하나를 들고 왔다. 이대위는 인천에 닿은 직후 함명수 해군참모총장의 환영을 받은 뒤 해군방첩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해군함장까지 지낸바 있는 이대위는 그의 고향이며 부대주둔지인 해주에 처 박순덕여사 (28·가명)와 1남1녀를 두고 왔다. 그는 해주에서 지난달 31일 부포로 내려와 대기하고 있다가 그날 밤 전마선선원을 꾀어내어 "해군사격훈련준비 때문에 내려왔다. 사격의 표적을 세우겠으니 같이 가자"고 속여 따발총으로 무장한 선원과 함께 전마선을 빌어 타는데 성공했다. 배가 사격표적지점에 닿을 때까지 선원1명은 배앞머리에 앉아 따발총의 총구를 이대위에게 줄곧 겨누고 감시했으며 다른 1명이 따발총을 옆에 둔 채 노를 젓고 있었다. 배가 목표지점에 닿자 이대위는 배앞머리에 앉은 무장선원에게 뱃길이 안보이니 뒤로 가라고 소리쳤다.
이때 그 선원이 일어서서 뒤로 가려는 순간 권총개머리로 얼굴을 때려 쓰러뜨린 다음 물 속에 집어넣고 다른 l명이 젓던 노를 놓고 따발총을 쥐려하자 노를 들어 머리를 때려 물 속에 던져버렸다. 이때 이대위는 완강히 저항하는 그에게 손가락이 비틀려 왼쪽새끼손가락하나가 부러졌다.
이때가 상오 10시. 그는 미리 썰물시간에 맞춰 출항했기 때문에 시속4노트의 빠른 썰물을 타고 단신 항해하려하자 뒤에서 북괴어뢰정 3척(271호·273호·선명미상 1척)옆에서 군함 두척이 그에게 맹사격을 가하며 쫓아오자 죽을힘을 다해 휴전선쪽으로 달렸다.
한편 서해를 경비중인 우리해군은 이른 새벽부터 이상한 물체가 남하하고 있는것을 [레이더]망으로 포착, 연평도 북방 휴전선 근방에 경비정○척을 대기시켜 지켜보고 있었다.
북괴함정이 사격을 가해오자 전마선이 탈출한 것으로 알고 경비함정이 일제히 [엄호위협]-뒤쫓아오던 북괴군함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서 F35호정이 쏜살같이 달려가 구출해내는데 성공했다.
이대위는 북한에서의 자유없는 생활에 염증을 느껴 두달 전부터 탈출을 기도, 해도와 항해기구 등을 준비했었다.
1일 하오8시 함해군참모총장은 인천에서 이대위를 만나고 "우리는 당신의 용기를 찬양하며 충심으로 환영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허용하는 한도안에서 우리 국민과 동일한 자유가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대위는 "신명을 다해 조국대한에 충성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