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이슬람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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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슬람 세계에 정치적 목적에서 암살과 테러를 일삼은 집단이 있었다.

11세기 말부터 1백60여년간 활동했던 하사신 조직이다. 창설자 하산 에 사바흐는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암살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테러수법으로 중근동에서 큰 영향력을 확보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슬람교 이스마일리야파 소속인 그는 이란 북서부의 알라무트에 밖이 보이지 않는 높은 집을 짓고 향략시설을 만들었다.

그러하곤 젊은이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이곳에 데려가 한동안 쾌락을 즐기게 한 후 잠든 상태에서 다시 데리고 나왔다. 그는 이들에게 "그곳이 유일신인 알라가 약속한 천국" 이라며 자신의 명령을 따르다 죽으면 그리로 간다고 세뇌했다.

암살단은 사바흐의 적을 살해하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여겼으며 천국으로 가기 위해 기꺼이 자살공격을 벌였다.

중근동의 골칫거리였던 이 암살단은 1256년 칭기즈칸의 손자 훌라구가 이끈 몽골군에게 전멸당했다. 칼로 흥한 자가 칼로 망한 것이다.

암살자들은 출동 직전 대마초를 피웠기에 중세 아랍어로 '대마초 흡연자' 를 뜻하는 하사신 또는 하시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악명이 얼마나 높았던지 하사신이라는 명칭은 유럽까지 건너가 영어의 아사시네이션(assassination)등 암살을 뜻하는 단어의 어원이 됐다.

문제는 이런 극소수 '막가파' 때문에 이슬람교가 두고 두고 폭력적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중세 사라센 제국이 정복과 포교를 동시에 진행했다는 뜻의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 이란 말은 유럽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죽였다' 라는 의미로 곡해됐다.

서구에는 성전(聖戰)참전이 이슬람교도(무슬림)의 의무인 것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중세 극단 종파인 하와리즈파만 그런 주장을 폈을 뿐이다. 무슬림은 신앙증언.예배.헌납.라마단 단식.성지순례만을 '이슬람의 다섯 기둥' 이라고 부르며 종교적 의무로 삼는다.

하와리즈파의 한 지파인 아자리카파는 이교도는 물론 무슬림이라도 자신들과 교리상 의견을 달리하면 죄인으로 간주해 그 가족까지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슬람 공동체와 인연을 끊었으며 오래 전에 사라졌다.

따라서 미국에서 발생한 대량 학살 테러는 이슬람 공동체와도, 아랍인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라진 극단파의 교리를 오늘에 되살리려 한 테러집단의 소행일 뿐이다.

채인택 국제부 차장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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