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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권력’ 지키려다 … 검찰, 정치권 수술 자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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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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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에선 대검 중수부 폐지를 포함한 고강도 검찰 개혁이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일 일제히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특히 문 후보는 검찰 개혁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공격할 수 있는 재료로 보고 강력한 개혁안을 들고나왔다는 분석이다.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검찰이 결국 정치권의 압박을 자초한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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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후보는 이날 한 시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려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일선 검사의 뇌물수수·성추문 등 잇따른 비리와 내분 사태로 커진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를 의식한 것이다. 두 후보는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검찰의 수사기능 축소 ▶인사제도 개혁에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총장 인선 방식 등을 두고선 생각이 달랐다.

 박 후보의 개혁안은 ‘검찰권력 내려놓기’와 ‘정치적 중립화’가 핵심이다. 그는 이날 오전 9시 강원도 강릉시청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요 사안의 경우 ‘검찰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외국처럼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현장수사 등 상당 부분의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겠다”고 말해 경찰의 입장을 대폭 수용했다. 당초 박 후보는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서 검·경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검찰의 중립화를 위해선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통해 검찰총장을 뽑고 검찰인사위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검사장의 승진·보직인사를 심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문 후보의 검찰 개혁 회견은 “MB(이명박)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말로 시작됐다. 인사개혁안은 문 후보와 박 후보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문 후보는 “검찰총장 추천을 위해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가 과반수 참여하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외부 개방’에 무게를 뒀다. 검찰인사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구체안을 제시하지 않은 박 후보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문 후보는 또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54명 고위 간부를 절반으로 줄이고, 검사장급 직위에 대한 개방형 임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법조계 외부 인사도 법무장관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를 공언했다.

 검찰 권력 통제방안도 서로 달리 내놨다. 문 후보는 공수처 설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반면 박 후보는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를 공약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상설특검제는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해 검찰이 제시한 차선책에 불과하고 특별감찰관제는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 정옥임 대변인은 “문 후보의 개혁안은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발상으로, 국정운영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맞섰다. 특히 “공수처 신설은 오히려 정권의 입맛대로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소아·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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